고백

아들에게 쓰는 편지

by 작은거인


ㅇㅇ야,

금요일에 네가 직접 운전해서 읍까지 함께 다녀와줘서 엄마는 진짜 든든했다. 네가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봤으니, 누구보다 잘 이해해 줄 거라 믿었어. 그래서 하소연하듯 말이 많아졌는데, 네 눈엔 화내는 것처럼 보였구나.


그분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목소리가 커졌던 거지, 화를 내고 싶어서가 아니었어.

네가 "왜 그렇게 화를 내?"라고 했을 때, 엄마는 위로 한마디 듣고 싶었는데 오해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조금 상했어.

이왕이면 "고생했어"라고 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르신이 자식에게도 말 못 하고 눈치 보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그랬던 거야.


오늘 방문해서 보니 금요일에 발급받은 카드는 해결이 안 되어 있고 어르신은 횡설수설하고, 엄마는 여기저기 문의 전화하고.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신경이 예민해진 것 같아.

어르신에게 묻고 또 물어 스무고개 하듯 겨우겨우 실마리를 찾아 농협까지 모셔다 드렸어.

다음 어르신 방문 때문에 서둘러 일터로 가는데 진눈깨비가 흩날리더라.

나도 모르게 지친다는 소리가 신음처럼 새 나왔어.


하지만 엄마는 이 일이 힘들 때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으로 하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기에 최선을 다할 거야. 네가 그 마음만 알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네가 왜 엄마 큰 목소리에 예민할까 곰곰이 생각해 봤어. 어렸을 때 엄마 아빠가 심하게 싸운 적 있었지. 그냥 큰소리로 말한 거라고 얼버무렸지만, 그 이후로도 네가 그 기억을 안고 있었구나. 예민하고 여린 네게 그건 불안과 두려움이었을 테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ㅇㅇ한테 한없이 미안해진다.

이제 그 불안은 떨쳐내고, 우리 조금 더 마음을 열어보자. 엄마도 목소리 낮추는 연습 할게. 엄마가 우리 ㅇㅇ이 엄청 사랑하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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