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지원사의 일기
차에서 내리자 마당 끝 대문 옆에 서 있는 순득이가 눈에 들어왔다.
큰길 쪽을 향해 고개를 길게 빼고는 왔다 갔다 하며 서성거린다.
나는 대문을 들어서서 순득이를 향해 "까꿍! 나 기다렸어?" 하고 물었다.
순득이는 마음을 들킨 사람처럼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야, 밥 먹고 운동하고 있었어.”
“나 기다린 거 아니었어? 에이, 섭섭해질라 하네.”
“요양사도 기다리고, 운동도 하고 그랬지.”
그 말이 어쩐지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해서 엄지를 치켜세우며 “참 잘했어요!” 하고 칭찬했다.
찬바람 속에서도 나를 기다렸을 순득이의 마음이 읽혀, 가슴속에서 시린 바람이 휑하니 불어온다.
순득이는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내 손을 잡아 집 안으로 이끈다,
다음 집으로 향할 시간이 되어 집을 나오려는데, 순득이가 신발장 앞에서 허리를 굽혀 신발 한 켤레를 꺼냈다.
“이거, 누가 작다고 나 줬는데 나한텐 커서 못 신어. 니가 신어.”
보라색 신발은 작고 단단해 보였다.
나는 웃으며 거절했다.
“내 발이 너무 커서, 이건 못 신어요.”
순득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그라면 어쩔 수 없지” 하며 그 신발을 다시 신발장에 넣었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졸졸졸 따라 나와 대문 앞에 섰다. 구부정한 허리를 펴고 손을 흔드는 순득이는 멀어지는 길 위에서 어느새 점 하나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