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의 나이에 오십 넘은 자식의 생활비를 걱정합니다
바위에 부서지는 햇살을 먹고
할미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국민학교 가던 날
동생 보라는 엄마 손에 이끌려 돌아선 아이
그날부터 글은 멀어지고
연필 대신 호미를 쥐었습니다
기역니은 대신 흙과 바람과 비를 읽으며
시어른 모시고 남편과 자식 키워낸 세월
허리는 굽고 등은 점점 낮아졌지만
평생 그 손으로 밭에서 푸른 생명을 틔웠습니다
욱신거리는 몸이 내일의 날씨를 읽는데
자식들은 여전히 그 굽은 등에 기대어
세상의 풍파를 피하며 삽니다
봄마다 가장 먼저 찾아와
허리를 굽히고 피는 할미꽃처럼
할머니는 오늘도 당신만의 정직한 문장을 쓰러 밭으로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