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K3

몰골이야 어떻든 당당하게

by 작은거인



생활지원사로 일을하며 센터에서 정기 회의가 있는 날이다. 서둘러 업무를 마치고 교육장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내 눈을 사로잡은 녀석이 있었다.

이건 자동차인가, 아니면 고철상에서 탈출한 행위 예술 작품인가.
은색 승용차 한 대가 서 있는데 상태가 정말 가관이었다. 뒤 범퍼는 이미 세상과 작별 인사를 나누기 직전이고, 트렁크는 마치 배고픈 악어가 입을 쩍 벌린 것처럼 위태롭게 들려 있었다. 압권은 상처를 봉합한 철사였다. 벌어진 차체를 철사로 얼기설기 꿰맨 자국들이 흡사 프랑켄슈타인의 얼굴 같았다.
​"너는, 도대체 몇 년생이니?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고 아직도 은퇴 못한 노병인 거니?"
찌그러지고 부서진 몰골을 보니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아니, 나이는 고사하고 과연 굴러 가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홀린 듯 그 괴상한 노병 옆에 조심스레 내 차를 세웠다.

​한 시간 뒤,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니 그 차는 사라지고 다른 차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견인차가 끌고 갔을 리는 없다. 그 몰골에 견인 고리를 잘못 걸었다간 차체가 두 동강 났을 게 뻔하니까. 결국 녀석은 그 철사로 꿰맨 몸뚱이를 이끌고 보란 듯이 굴러서 떠난 거다. "나 아직 살아있다!"라고 엔진 소리를 내뿜으며 당당하게 주차장을 빠져나갔을 녀석을 상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겉은 너덜너덜해도 심장만큼은 여전히 펄펄 뛰는 현역이었나 보다.
관절 마디마디마다 철사끈으로 이어 붙이고 당당하게 서서 '노병은 여전히 씩씩하게 살아 있다.'라고 외치는 그의 이름은 K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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