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골이야 어떻든 당당하게
생활지원사로 일을하며 센터에서 정기 회의가 있는 날이다. 서둘러 업무를 마치고 교육장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내 눈을 사로잡은 녀석이 있었다.
이건 자동차인가, 아니면 고철상에서 탈출한 행위 예술 작품인가.
은색 승용차 한 대가 서 있는데 상태가 정말 가관이었다. 뒤 범퍼는 이미 세상과 작별 인사를 나누기 직전이고, 트렁크는 마치 배고픈 악어가 입을 쩍 벌린 것처럼 위태롭게 들려 있었다. 압권은 상처를 봉합한 철사였다. 벌어진 차체를 철사로 얼기설기 꿰맨 자국들이 흡사 프랑켄슈타인의 얼굴 같았다.
"너는, 도대체 몇 년생이니?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고 아직도 은퇴 못한 노병인 거니?"
찌그러지고 부서진 몰골을 보니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아니, 나이는 고사하고 과연 굴러 가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홀린 듯 그 괴상한 노병 옆에 조심스레 내 차를 세웠다.
한 시간 뒤,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니 그 차는 사라지고 다른 차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견인차가 끌고 갔을 리는 없다. 그 몰골에 견인 고리를 잘못 걸었다간 차체가 두 동강 났을 게 뻔하니까. 결국 녀석은 그 철사로 꿰맨 몸뚱이를 이끌고 보란 듯이 굴러서 떠난 거다. "나 아직 살아있다!"라고 엔진 소리를 내뿜으며 당당하게 주차장을 빠져나갔을 녀석을 상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겉은 너덜너덜해도 심장만큼은 여전히 펄펄 뛰는 현역이었나 보다.
관절 마디마디마다 철사끈으로 이어 붙이고 당당하게 서서 '노병은 여전히 씩씩하게 살아 있다.'라고 외치는 그의 이름은 K3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