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덕, 허덕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by 작은거인




아침 운동을 마치고 누룽지를 눌리고 숭늉을 끓여 아침을 먹었다. 커피를 내려 느긋하게 마시고 생활지원사의 하루를 보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첫 번째 어르신은 한의원에 다녀오신다기에, 불편한 다리로 버스를 타실 모습을 떠올렸다. ‘모셔다 드려야 하나’ 잠시 망설였지만, 다음 방문 시간이 촉박했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며 마음을 다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두 번째 어르신은 밭에 계셨다. 전화로 행선지를 확인하고서 흙냄새 진하게 풍기는 밭가로 찾아가 인사드렸다.


세 번째 어르신은 만나자마자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시계를 힐끗거리며 적당한 틈에 말씀을 마무리 짓고 대문을 나섰다.


네 번째 어르신은 집안일로 바쁘시다며 회관에서 기다리라 하셨다. 마침 다섯 번째 어르신이 회관으로 오셔서, 두 분이 점심을 차리시는 동안 전화를 어려워하시는 분의 휴대폰에 단축번호를 등록해 드렸다. 전화 거는 방법도 다시 알려드렸다.


여섯 번째 어르신 댁 아궁이에서는 소머리와 잡뼈가 푹푹 끓고 있었다. 며칠 전 마을 여행 이야기를 또 꺼내시며 불만을 토로하신다. 어제도 한참 들은 얘기라 입꼬리를 다잡고 인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곱 번째 어르신은 햇살 좋은 곳에서 쑥을 뜯고 계셨다. 칼을 빌려 나도 함께 쑥을 조금 캤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속을 썪이던 이가 시리고 아프다. 진주 치과에 가야 하는데 시내 운전이 영 자신이 없었다. 중간쯤 차를 두고 버스를 탈까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마음을 다잡고 운전대를 잡았다.
​예약도 없이 찾아간 치과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졸음이 쏟아졌다. 그래도 이를 빼고 나니 그 지독하던 통증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허덕허덕, 그래도 오늘 하루 잘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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