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들은 인간두뇌가 신비롭다고 여길만한
그 어떤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2100년에 이르면 무어의 법칙을 따르는
아주 작은 양자 컴퓨터도 인간의 영혼을
업로드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 프랭크 티플러
신(神)은 죽지 않는 존재일 것이다. 우리가 신이 될 수 있다면 우리도 죽지 않을 것이다. 불멸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물리학자 프랭크 티플러(Frank Tipler)만큼 급진적이고도 기이한 주장을 편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는 불사(不死)는 말할 것도 없고, 더 나아가 인간은 신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불멸을 다루는 두 권의 책은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불멸의 물리학(The Physics of Immortality)>과 <물리학으로서의 기독교(The Physics of Christianity)>.[1] 티플러에 따르면 불멸은 물리 및 컴퓨터 이론에 의해 가능한 것이며, 기독교의 신도 물리이론의 필연적 결과에 불과하다. 두 번째 책 제목을 ‘기독교의 물리학’으로 옮기지 않은 것은 기독교 안에서 다뤄지는 물리학이 아니라, 기독교 자체가 물리이론에 포섭될 수밖에 없다는 티플러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주장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영생의 문제를 이렇게 폭넓게 그리고 깊이 다룬 이도 흔치 않다. 읽기도 까다롭다. 그의 말대로 박사학위 세 개 정도의 지력은 있어야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티플러는 자기 것인 물리학뿐만 아니라, 16년 동안 독학했다는 컴퓨터과학, 철학과 종교학의 다양한 문헌을 유희한다—부러운 지적 능력이다.
인간이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점에서는 티플러 역시 커즈와일이나 모라벡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티플러에게 죽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모라벡이 ‘기계’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티플러는 자신의 학문인 ‘물리학’에서 영감을 받은 것일 테다. 물리학이 어떻게 영생과 연결되는가? 티플러에 따르면, 물리이론은 우리를 미래의 ‘우주적 컴퓨터(cosmic computer)’로 이끌 것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불멸의 존재가 된다. 더 좋은 점은 우리가 신이 된다는 것이다.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인간은 오랫동안 종교에 의지했지만, 이제는 물리이론을 믿으면 된다. 티플러의 물리학은 종교가 되고, 영생을 약속하는 종교를 믿으면 죽음의 문제는 해결된다.
우주의 운명과 관련해서는 세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가 있다. 우주 운행의 주인공은 음양오행이 아니라 중력(gravity)이다. ‘중력은 당기는 힘(gravitational pull)’ 또는 아인슈타인식으로 말하면 시공간을 휘게 하는 힘이다. 존시의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것도,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도, 2061년 핼리혜성(Hally’s Comet)이 다시 돌아오는 것도, 물질들이 수축해 블랙홀이 되는 것도, 이건 다 중력 놀음이다. 우주에 충분한 물질이 있다면 팽창하는 우주도 결국 중력에 의해 서로 다시 모이면서 빅뱅 이전의 점 같은 것으로 수축할 것이다. ‘빅 크런치(Big Crunch)’라고 부른다. 물질이 적절하게 분포해 있다면 우주는 팽창하지만 중력은 그 팽창의 속도를 줄이면서 평평하게 유지될 것이다. 물질이 부족하면 팽창을 멈출 방도가 없다. 우주는 결국 얼어붙을 것이다. ‘빅 프리즈(Big Freeze)’라고 부른다. 이러한 세 가지 가능한 미래의 우주를 순서대로 ‘닫힌 우주(closed universe)’, ‘평평한 우주(flat universe)’, ‘열린 우주(open universe)’라 부른다.
이 세 가지 시나리오 중 관측과 부합하는 우주는 ‘열린 우주’이다. 우주에는 팽창을 가속시키는 유령 같은 존재가 있다. 이러한 사실은 알게 된 것은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이라는 천문학자의, 당시에는 짐작조차 못했던 관측결과 덕분이다. 허블이 관측하기 전까지 어느 누구도 우주의 공간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망원경으로 봐도 두 개의 반짝이는 별인데, 하나는 가까이 있는 별이고 다른 하나는 천억 개의 별을 품은 저 멀리의 은하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관측결과를 잘 살펴보니 이것이 맞았다. 그리고 은하들은 도망치고 있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어떻게든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 ‘암흑에너지(Dark Energy)’다. 암흑에너지는 중력과 달리 인력이 아니라 척력(repulsive force), 즉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한다. 아직 정체는 모르지만 이 에너지 때문에 우리는 궁극적으로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하게 될 우주의 미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암울하긴 하지만. 만약 공간이 팽창하면서 더 많은 척력 에너지가 생성된다면 우주는 갈기갈기 찢길 것이다. ‘빅 립(Big Rip)’이라고 부른다. 이게 사실이라면 우주의 종말은 암울하다 못해 끔찍하기까지 하다.
[1부]에서 언급했지만, 열역학 제2법칙과 가속 팽창하는 우주는 우리가 보기엔 지독히 암울한 미래 외에는 어떤 것도 약속해주지 않는다. 아주 먼 미래에 빛보다 빠르게 팽창하는 우주는 우리가 속해 있는 은하를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의 시야를 벗어날 것이다. 그렇게 서둘러 떠나가는 은하들의 빛은 우리에게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우주는 ‘도망치는 우주(Runaway Universe)’인 것이다. 물리학자 로렌스 크라우스는 <우주는 우리를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말한다—“아주 먼 미래에 우리는 외롭고, 무지하고, 지배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2] 다른 은하를 관측할 수 없어 우리 은하만으로 남겨진 우리는 ‘외롭고(lonely)’, 관측할 수 없는 은하는 우리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같아 우리는 과거 은하들의 존재 그리하여 우주 전체에 대해 ‘무지하고(ignorant)’, 또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은하만을 ‘지배하는(dominant)’ 존재가 된다는 뜻이다. 우리의 은하도 종국에는 자신의 연료를 다 태우고 차가운 우주에 편입될 것이다. 이것이 절대지(絶對知)는 아닐지라도 현재 우리가 아는 우주의 미래다.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우주가 궁극적으로 얼어붙을 것이라는 비관적 미래인식은 한스 모라벡의 첫 번째 저서 마지막 부분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마인드 업로딩을 통해 불멸을 꿈꾸는 모라벡에게도 이것은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모라벡이 구름의 가장자리에 드러나는 희망의 실버라이닝을 본 곳은 자신의 책 보다 조금 앞서 출판된, 존 배로우(John Barrow)와 프랭크 티플러가 같이 쓴 책 <인류 우주 원리(The Anthropic Cosmological Principle)>의 마지막 장이었다.[3] 이 마지막 장의 내용을 확장한 것이 프랭크 티플러의 책 <영생의 물리학>이다. 모라벡은 티플러의 주장에 동조한다—의외라는 생각은 들었다. 티플러는 이 책에서 참으로 설명하기도, 납득하기도 쉽지 않은 주장들을 지겨울 정도로 자세하게 전개하고 있다. 물리학 전공자가 아닌 나로서는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특히 책 전체의 3분의 1 분량이나 되는 긴 부록에 실린 수학공식들은 전공자가 아니어서 해독할 수 없었다). 책 제목이 암시하듯이 티플러는 물리학 이론에 근거해 영생이 가능하며, 아니 영생이 필연적임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는 2007년 출간된 <물리학으로서의 기독교>에서는 물리학적 필연성 그리고 컴퓨터 기술의 도움으로 영생을 획득하게 될 우리 존재를 신과 동일시하는 불경도 마다하지 않는다. <영생의 물리학>에서도 이미 같은 주장을 담고 있지만, 아마도 자신의 물리이론이 필연적으로 이루어줄, 무한한 자원을 운용하는 미래의 우주적 컴퓨터 그리고 전체 인간이 거주하게 되는 가상현실 속에서 우리는 모두 ‘전지(全知, omniscient)’, ‘전능(全能, omnipotent)’ 그리고 ‘편재(遍在, omnipresent)’하는 불멸의 존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무한한 계산능력을 손에 쥔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어떤 일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고, 가상현실 안에서 어떤 공간적 제약도 받지 않는 존재가 될 것이다. 전지전능하고 무소부재(無所不在)하는 이런 존재가 신이 아니면 무엇이 신이겠는가? 근데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티플러는 그렇게 주장하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다.
우주의 종말은 무섭고도 허무한데, 이것을 막는 것이 가능할까? 티플러는 말한다—가능할 뿐만 아니라 가능해야만 한다고. 압축해 보면 이렇다. 우리 우주는 최후의 특이점으로 수축할 것이다. 이건 우주를 공학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 가능한데, 그건 가능하다. 수축할 때 우주는 모든 지점에서 같은 속도로 수축해서는 안된다. 균일하게 수축하면 온도 차이가 없을 것이고 온도 차이가 없으면 정보처리가 불가능하다. 이것도 공학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렇게 한 점으로 수축되어 가는 바로 그 시점에 무한대로 증가하는 온도의 에너지를 통해 우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위한 무한의 계산자원을 확보하게 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우주의 최종적인 수축이 1초밖에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컴퓨터의 계산능력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그러므로 유한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도—0.1초라 해도—우리의 주관적 시간은 영원히 지속된다. 물론 가상현실 내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의 영원성이다. 한 점으로 수축되는 우주 종말의 마지막 몇 초가 우주적 컴퓨터의 무한대에 가까운 계산능력에 의해 영원이 된다는 이 시나리오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는 바로 우주 종말의 마지막 시점에 우주 컴퓨터에 의해 구현된 가상현실 안에서 영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이 미래의 한 점을 티플러는 ‘오메가점(Omega point)’이라고 부른다.
영생이 보장되는 미래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내 것이 아니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수명연장과 영생을 논하면서 미래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할 사람들에 대해 그나마 진지하게 언급하는 이는, 습득한 자료 안에서는, 해링턴이 유일하다. 이미 늙어 영생에 노출될 수 없는 세대에게 바치는 비장한 헌사다.
… 이행단계에 있는 세대들의 사람들이 불멸의 상태를 경험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이것을 알고 있으므로 우리는 최고의 기량을 추구하는 운동선수처럼 우리의 정신을 고양시켜야 한다. 먼저 우리는 자기 비하의 종교가 아니라 자기만족의 종교를 시작하여 상상 속에만 있는 원죄를 벌하는 대신 인류를 명예롭게 하는 새로운 신념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노력을 통해 우리는 인류라는 종이 신성한 종(divine species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진화과정의 영웅들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의 자손들은 과거를 돌아보며 죽음을 피하지 못한 마지막 세대인 우리가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완전히 인식하면서도 세계를 지켜내었다는 것을 알아줄 것이다.[4]
티플러의 영생론은 이 지점에서 빛이 난다면 난다. 티플러 영생론의 핵심 중 하나는 고도의 기술을 지닌 미래의 인류가 자신의 영생뿐만 아니라 곧 죽게 될 우리를 포함하여 과거에 살았던 모든 존재들을 다시 살아나게 할 것이라는 것, 즉 ‘부활(resurrection)’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보스트롬은 ‘조상 시뮬레이션’이라는 공학적 용어를 썼지만, 물리학이 종교가 되는 티플러에게는 이런 용어를 쓸 필요가 없다. 부활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짧고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한번 시도해 보면 이렇다. 티플러의 오메가점에서 우리는 무한대로 증폭하는 계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모든 인간의 삶과 기억 그리고 사건들을 정보의 집합체라고 본다면 그 정보가 아무리 방대하더라도 미래의 우주적 컴퓨터는 이 모두를 재현할 수 있는 거의 무한의 계산능력을 가진다. 티플러의 생각이 옳다면, 나는 내 삶을 마감하며 눈을 감는 순간, 다시 눈을 떠 미래의 가상현실에서 부활할 것이다(눈을 감고 뜨는 찰나의 시간은 억겁의 시간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것을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다). 더 짜릿한 점은 부활을 한 우리 모두가 우리의 손안에 있는, 그리고 영원의 샘과도 같은 우주적 컴퓨터의 계산능력에 의해 시공을 초월하는 전지전능의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신(神)이 되는 것이다. 티플러 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신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기독교가 말하는 신과 동일하다. 아니, 다르다. 우리는 죽어서 신의 오른쪽에 앉아 영생의 축복을 누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우주론적 존재 의미와 목적은 바로 신이 되는 것이다. 그는 <영생의 물리학> 마지막 장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종교는 이제 과학의 한 영역에 불과하다.” 티플러 식 영생을 원한다면 종교적 신념 같은 것만 가지면 된다. 인간의 두뇌는 컴퓨터에 불과함을, 그리고 미래의 우주적 컴퓨터가 우리를 구원해 우리를 신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만 가지면 된다.
무병장수와 더 나아가 영생을 추구하는 현대의 과학기술들이 가까운 시일 안에 실현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 과학기술이 성숙하기 전까지 우리 모두 죽는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몇 명의 인간이 살다 죽어갔을까? 미국 인구통계국(Population Reference Bureau)의 조사에 따르면, 기원전 5만 년에 남녀 한쌍이 있었다고 가정하면, 2011년까지 지구상에 태어난 인간의 수는 약 107억 명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한다.[5] 닉 보스트롬은 인심도 좋게 천억 명 정도가 평균 50년 정도를 살다가 죽었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계산한다. 이 조상들을 살려내려면—언급했듯이, 보스트롬은 이것을 ‘조상 시뮬레이션’이라고 불렀다—얼마나 강력한 컴퓨터가 필요한가? 초당 약 10^33~10^36 회의 연산이 가능한 컴퓨터로 다 만들 수 있다. 미래에 우리가 가지게 될 ‘영생의 샘물’과도 같은 컴퓨터 자원을 조금만 사용해도 이 정도 계산은 할 수 있다, 고 보스트롬은 생각한다.[6] 하물며 무한대에 육박하는, 전 우주의 에너지를 포섭하는 티플러 식 미래 컴퓨터에서랴… 그래서 티플러 식 영생의 가상현실은 곧 죽게 되는 우리에게는 복음과도 같다. 나 비록 지금 죽지만, 억겁의 시간이 흘렀어도 눈을 감았다 뜬 것처럼 나는 부활할 것이니 내 죽음을 안타까워할 이유가 없다. 티플러의 물리학이 종교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메가 포인트에서 모든 죽은 자들이 부활하고 살아있는 자들과 함께 ‘컴퓨터-하늘나라’로 올라간다는 것이 티플러의 주장이라면, 이것은 ‘물리학적 휴거(Rapture)’에 다름 아니다. 사이비 종교의 휴거는 단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휴거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신자들은 계속 믿지만, 이미 보았듯이 그것은 불멸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 때문이다. 휴거로 번역되는 rapture의 뜻은 ‘황홀감’이다. 불멸 프로젝트의 성공이 가져다 줄 이 황홀감은 포기하기 어렵고, 불멸 프로젝트의 역사는 그것을 증명한다. 티플러의 휴거는 다를 수 있을 것인가?
주장의 강도 또는 황당함을 생각하면 예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티플러는 통렬한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칼텍의 저명한 물리학자 숀 캐롤(Sean Caroll)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명석한 물리학자가 ‘또라이(crackpot)’가 되었다고 힐난했다. 케이프타운대학의 조지 엘리스(George Ellis) 교수는 “무한히 온도가 증가하는 우주에서는 초 고에너지 광자들의 폭격으로 분자나 원자는 고사하고 원자핵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며, 그런 오메가 포인트로 수축하는 우주에서는 복잡한 생물학적 정보의 저장과 처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나 역시 컴퓨터의 정보처리 능력이 우리 상상의 범위를 초월하는 곳에 이르리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고 동의할 수 있지만, 티플러의 우주에서 그 컴퓨터가 어떻게 구현될지는 가늠할 길이 없었다. 설명을 안 해주니까(혹은 내가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엘리스는 그럼에도 막무가내로 자기주장을 펼치는 티플러가 한심하다—“티플러는 과학과 기술뿐 아니라 독자들에 대해서도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7] 또 한 사람의 저돌적인 공격자가 앞서 언급한, 우주의 암울한 종말을 받아들이는, 그러나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시시포스의 신화>를 인용하며 삶을 긍정하는 무신론적 물리학자 로렌스 크라우스다. 그는 티플러의 오메가 포인트가 일어날 수 있는 너무나 빈약한 확률값 때문에 수용할 수 없음을 장시간의 토론에서 주장한다.[8] 예를 들면, 티플러는 예수의 부활도 물리학 이론에 의해 가능하다는 생각을 펼치지만,[9] 로렌스는 그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터무니없는 확률값으로 반박한다. 티플러는 인간이 신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로렌스는 “열반은 무(無)”라고 말한다.[10]
이런 생각은 어떨까? 티플러의 오메가 포인트는 접어두고라도 우주의 적멸까지는 영원이라 해도 좋을 시간이 있다. 과학기술에 조금만 시간을 더 주어도 우리는 커즈와일/모라벡/보스트롬 류의 가상현실을 구현하게 될 것이고, 이들을 포함하여 적지 않은 수의 컴퓨터과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이 믿듯이 우리의 뇌도 미래의 초지능 컴퓨터 안으로 이주하게 될 것이다. 영생도 좋지만, 컴퓨터 안에서 확장된 지능과 지성을 가진 우리가 공(空)의 실체를 알게 되고—공은 실체조차 아니라고 듣긴 했지만—그리하여 붓다가 된다면, 무로 회귀하는 우주도 우리는 무애(無碍)의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려나? 그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티플러의 미래는 우리가 신이 되는 미래이고, 그리고 그 신은 가상현실 안에 거주한다. 우리가 그런 가상현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엿보는 것이 가능할까? 티플러의 천계-가상현실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겠지만 컴퓨터 기술과 그것에 의해 구동되는, 현실의 우리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가상현실은 이미 도래해 있다—컴퓨터 게임이 바로 그것이고, 또 이제껏 그래왔듯이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질문은 이어진다—컴퓨터 게임은 불멸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까?
[1] Frank J. Tipler, The Physics of Immortality, Anchor Books, 1995.
[물리학 이론에 근거해 인간의 영생이 가능하며 인간이 필연적으로 영생하게 될 것임을 주장하는 티플러의 책]
Frank J. Tipler, The Physics of Christianity, Doubleday, 2007.
[앞의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자신의 영생론이 기독교 교리와 일치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티플러의 ‘영생의 물리학’ 후속작]
[2] Lawrence M. Krauss, “The Universe Isn’t Designed for Us,” Denkfest in Zürich, September 10, 2011.
[취리히에 열린 Denkfest (‘사유의 축제’ 정도로 새길 수 있겠다)에서 행한 강연. 차갑게 식어 궁극적으로 얼어붙을 우주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연에서 크라우스는 자신의 강연 제목을 “We’re all fucked!” (우리는 전부 X 됐다!)로 하려고 했다는 농담을 던진다. 불온한 표현은 거둬들였지만 우주와 인간의 암울한 종말에 대한 재치 있으면서도 적확한 표현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3] ‘인류원리’ 또는 ‘인간 중심 원리’는 인간이라는 지적 생명체의 존재 자체가 우주의 본질적 성질을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내용이 단순하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반영하는 것이고 그래서 반론도 많다.
[4] Harrington, 1969, pp. 273-274.
[5] Carl Haub, “How Many People Have Ever Lived on Earth?” Population Reference Bureau, 2011.
[기원전 5만 년부터 2011년 현재까지의 총인구를 추정한 미국 인구통계국의 자료]
[6] Bostrom, 2003, p. 248.
[조상 시뮬레이션이 요구하는 컴퓨터 연산에 대해 보스트롬이 제시한 추정식은 다음과 같다: 1000억 명 * 50년(평균수명) * 3천만 초(1년) * 10^14~10^17(인간두뇌) = [10^33~10^36]]
[7] George Ellis, “Piety in the sky,” Nature, 371, 1994, p. 115.
[티플러의 ‘영생의 물리학’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조지 엘리스의 네이처 서평]
[8] Frank Tipler vs. Lawrence Krauss, “A Great Debate: Can Physics Prove God and Christianity?”, Organized by Skeptics Society, 2007.
[스켑틱스 학회(Skeptics Society)가 마련한 티플러-크라우스 간의 논쟁.]
[9] Tipler, 2007, Ch. 8.
[10] Krauss, M. Lawrence, A Universe From Nothing, Free Press, 2012, p. 179.
[무에서 태어나 적멸로 향하는 우주의 모습을 그린 로렌스 크라우스의 뛰어난 물리학 교양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