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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Mar 23. 2022

하나, 둘 떠나간다.

정말 좋아하는 선배가 YTN으로 떠나고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명의 정말 좋아하는 선배가 KBS로 떠나게 되었다.


두 분 다 부서 내에서 일적으로 모범을 보이셨던 분들이다. 끊임없이 공부하시고 공부하신 걸 후배들에게도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데일리 치기 바쁜 와중에 따로 아이템을 구상하고 계획하셔서 보고드리고 실현시키셨다. 두 분 다 부서 내에서 그 외적으로도 솔선수범을 보이셨던 분들이다. 많은 걸 바꿔나가려고 노력하셨다.


미안하다. 안 바뀌더라.


사실 문제야 찾으면 셀 수도 없지만 우리 회사는 정말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투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인력이며 장비며… 최저의 예산으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온 지 오래다.


일할 사람 없어서 죽겠다 해도 신입은커녕 경력도 안 뽑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는 일까지, 사람도 없는데 일은 너무 많다.


최근까지도 출입처를 뺀 열일곱 명의 정규직 중에 열 명의 정규직들이 ENG 없이 취재를 나갔고 다섯 명의 정규직들이 오디오맨 없이 취재를 나갔다. 나는 아직도 둘 다에 포함되는데 장비 들고 다니는데 체력을 다 쓰기도 한다. 카메라, 트라이, 오디오 가방, 노트북, 필요할 때는 백팩, 게다스까지 혼자 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체력이 남아있어도 현장에서 제대로 취재하기 어렵고 힘들다. 예를 들어, 이동하는 모습을 팔로우 해야 한다 쳤을 때, 타사는 영상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오디오맨이 트라이를 들고 따라붙으면 되는데 우리는 트라이를 버리고 따라붙었다가 찾으러 다시 돌아갔다가 다시 따라붙어야 한다. 그 사이에는 그림에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화이트 밸런스 카드를 들어줄 사람도 와이어리스를 들어줄 사람도 없다. 상황이 급변해도 혼자 다 알아서 해야 한다. 두 명이 대처할 걸 혼자 할 땐 느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연결도 타사에 비해  배는  하는데 그것도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 지쳐서 설명도 못하겠다. 방송 사고가  나는  신기할 따름이다.


하루 일정을  탕씩 뛰기도 하고  5일은 언제  얘기인지 모르겠다. 조근, 중당, 야근도 너무 자주 선다.


그런데 연봉은 업계 최저다. 개국 10년, 괄목할 만한 성장에 매년 최대 이익, 최대 수익을 찍는다면서도 월급은 쥐꼬리다.


여기에 남아있는 이상 끝까지 바꿔나가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지금은 그냥, 지금은 그냥 좀 허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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