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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May 25. 2023

결국 난 '아파서 사고 치던 애'였다.

잘 해오고 있기도 하고 컨디션도 올라와 보이기도 하다 보면 부서에서 여러 가지 임무가 더 생기곤 하는데 사실은 내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인 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오히려 그걸 가지고 걱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모든 게 빨랐나 보다.


후배한테 1진 차례를 뺏겼다. 우리는 조근, 중당, 야근을 두 명씩 서는데 짬 순으로는 내 차례였음에도 불구하고 후배가 먼저 1진이 되었다. 나는 2진으로 남았다. 잘 하고 잘 할 거라는 믿음과는 별개로 아팠을 때 내가 보였던 행동들이 아직은 내 발목을 잡는다. 스트레스 받아서 팔목을 또 그어버렸다. 정말 오랜만이라 아팠다.


짬이 엄청나도 '장비 분실', '장비 파손' 하면 떠오르는 선배들이 있듯이 결국 난 '아파서 사고 치던 애'였다. 나에게 1진을 맡기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하셨다.


네가 다시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면 어떡해? 그게 언제일지 어떻게 알아?


맞다. 모른다. 내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더 증명할 필요도 없었겠지 하는 마음에 씁쓸한 건 맞지만 그게 팩트다. 내가 언제 다시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질지 모른다. 책임을 지고 나에게 1진을 맡겨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내가 더 증명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보여줘야 해. 이런 상태로 오래 둘 생각은 없어. 바로 잡긴 잡아야지.


물론 몇 달 뒤의 나와 지금의 나는 그렇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미 잘 해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각과 무단결석을 하지 않고 조근을 잘 서고 그런 걸 더 보여줘야 한다고 하셨다. 기회를 그래도 주시려나 보다. 아예 배제시키시려고 하시는 거 같지는 않아 다행이면서도 그냥 씁쓸하다. 후배들한테 쪽팔리기도 하고.


사회생활 선배로서 말씀해 주신 게 잠깐이었던 일도 지워내는 데는 1년 길게는 10년도 걸린다고 하셨다. 안 지워지기도 한다고. 하지만 일적인 것이니 몇 달만 견디자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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