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의사 선생님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사실 요즘 아프지 않아서 형식적인 이야기 외에는 대화를 잘 나누지 않았다. 그리고 선생님은 평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왜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는지, 그럼 이렇게 다르게 또는 저렇게 다르게 생각하고 느껴볼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러기 위해 내가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듣고 질문해 주시는 분이지, 사실 어떻게 살지 답을 알려주시는 분이 아니다. 그 어떤 해결책도 주시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으로 어른으로서 나에게 답을 좀 주시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도대체 뭐기에 저렇게 비장하시나 했다.
지금까지 지켜봐 온 바로 나는 세상에 찌들지 않은 행복한 가정을 남들보다 더 간절하게 원했던 것 같다고. 그 시작이 죄책감에 의한 것이었던 건지 그건 아프지 않은 이 시점에서 중요하지 않지만 이 시점에서 받아들였으면 하는 게 있다고 하셨다. 지금도 그걸 남들보다 더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지 않냐고 하셨다. 그래서 매번 오면 이런저런 가족 간의 일만 늘어놓는 거 아니냐고 하셨다. 그게 나라는 사람이라고. 이제 더는 죄책감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지 않냐고.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겉으로 안 보일 뿐, 모든 가정에는 문제가 있어요.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문제가 있으면 있는 대로. 너무 목매지 말라고 하셨다.
눈물이 났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나는 욕심이 많은 편이고 뭐든 원하면 가져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목맸다. 그런 가정도 그중 하나였다. 이게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눈물이 났다.
선생님이 지금껏 나한테 제일 많이 하신 말씀이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욕심은 분명 화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을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나한테 왜 이렇게 큰 실망감과 좌절감을 주시나 했지만 이제는 받아들여야 했다. 그냥 흘러가게 둬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나는 나를 위해 무언가를 간절하게 원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기로 했다. 이제는 그런 가정도 간절하게 원하지 않을 것이다. 흘러가는 대로, 그게 아니면 아닌 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