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제 삶과 죽음은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어떻게 살지는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그전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살아보자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네요.
세상에 더 이상 아무 미련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때 깨달았습니다. 사람한테 희망이 없다는 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하지만 마냥 반짝반짝 빛나고 아름다운 희망을 가질 수는 없으니 내 나름의 희망은 어떤 형태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역설적이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죽을 만큼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는 게 또 다른 이름의 희망이라는 것을.
그것은 좋아하는 일의, 혹은 좋아하는 사람과, 혹은 좋아하는 것들로 뜨겁게 불타는 마무리를 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싫어하는 일의, 혹은 싫어하는 사람과, 혹은 싫어하는 것들로 매섭게 차가운 끝장을 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이 악물고 무언가를 하다 보면 그 끝에 또 다른 내가 서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삶은 고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해보지 않으면서까지 그 고귀함을 져버리는 건 너무 부끄럽고 무책임하잖아요.
떠나기 전에 원 없이 무언가를 해본다는 편안한 마음을 갖고서라도 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떠날 땐 떠나더라도 무언가를 뜨겁게 사랑한 기억을 가지고 떠나요. 스스로에게 그 정도 기회는 줘요. 저는 살면서 중요한 건 사라지는 모든 것들과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당신도 적어도 마지막 순간에 무언가를 사랑했다고 확신하기를 바랍니다. 그 여정 속에 정말 혹시라도 삶의 기쁨과 즐거움을 찾는다면 그보다 감사한 게 또 있을까 싶네요.
위에 최선을 다해보지 않으면서까지 삶의 고귀함을 져버리는 건 너무 부끄럽고 무책임하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또한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사실 아팠던 제가 죽지 않고 살고 있는 데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단순히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운이란 운은 모두 당신 편이길 바랍니다. 온 우주가 마치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당신 편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