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검사 결과
건강검진 결과에 처음 등장했던 단어는 ‘종괴’였다.
종괴: 조직이나 장기의 일부에 생긴 경계가 분명한 응어리. 외상(外傷), 염증 따위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암의 한 형태인 경우가 많다. <우리말샘>
그리고 CT를 보고 의사들은 ‘종양’이라고 말했다.
종양: 조절할 수 없이 계속 진행되는 세포 분열에 의한 조직의 새로운 증식이나 증대. 주위 장기로의 전이가 없는 양성 종양과 전이가 있는 악성 종양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그리고 엄마랑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인 진의 언니도, 가정의처럼 오래 봐주신 의사 선생님도 그랬다. 흉선종이 악성이기는 어려울 거라고. 하지만 나는 알았던 거 같다. 종양의 모양이 예쁘지 않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동글동글한 경우가 양성이라고 한다.)
여러 번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의학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인 내가 이해할 정도로만 풀어 설명하고자 한다.
종양을 크게 A, B, C로 나누는데, A는 양성 C는 악성이다. 그렇다면 B는 경계성으로 봐야 하는데, B에서 C로 가는 케이스가 워낙 많아서 언젠가부터는 B도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나의 종양은 B2 95%, B3 5%였다. 이해하기 쉬운 수치라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 경계성에 머무르려고 노력했지만, 암에 가까운 아이였다. 그렇게 C코드를 받았다. (질병코드가 C로 시작하냐 아니냐에 따라 암이냐 아니냐로 본다. 많은 보험 이슈도 여기서 오는 것 같다.)
종양내과 교수는 항암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40대만 되었어도 선택의 여지가 있었겠지만, 30대라면 무조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기 때문에’라는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순간이었다. 항암치료는 3일씩 3주 간격으로 4회, 방사선치료는 연이어 25회를 받기로 했다.
그럴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아는 게 아니겠는가. 내 몸에 무언가 일이 생겼구나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그때까지도 괜찮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교수에게 질문하셨다.
“요즘 항암은 머리 안 빠지죠?”
“빠지죠. 주사의 종류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이 항암 주사는 머리 빠집니다.”
엄마가 무너져 내렸다.
주저앉아 우셨다.
엄마 나 괜찮아,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내게 뭐가 괜찮냐고 한참을 울부짖었다. 나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괜찮지 않은들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였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내가 주저앉는다면 엄마가 너무 슬퍼할 것 같았다. 그건 더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머리를 잘랐다. 사실 어차피 빠질 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도 잘랐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하수구가 막히는 사태라든가, 한 움큼 쥐어 잡고 소리 지르는 꼬락서니는 정말이지 싫었다.
가족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짧은 커트로 잘랐다. 최선의 선택이었냐 묻는다면 그건 또 모르겠다. 짧게 잘라놔서 빠질 때의 애로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관련해서는 며칠을 말할 수도 있는 이야기라서 여기서는 짧게 다루려고 한다.
이제, 돌이켜보면 어떻게 했나 싶을 만큼의 이야기들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