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오래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미국 회계법인에 취업할 때의 이야기.
미국 대학교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을 때, 학교에 social event가 자주 있었다. 학교에서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고 회사 사람들이 학교로 와서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얘기를 나누는 자리다. 회사는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알아가면서 좋은 학생들을 미리 선별하는 기회가 되고, 학생들도 회사와 사람들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반나절의 인터뷰는 회사도 학생들도 서로를 알아가기에 부족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만나면 학생들은 주로 회사, 부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에 대해 물어본다. 회계에도 감사, 세무파트가 있기 때문에 그 둘 중 어디를 선택하느냐는 당시에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결정이었다. 때로는 인터뷰에(면접) 대해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당시 나에게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였으므로.
그럴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에게 해준 말은 "Just be yourself".
나 스스로가 돼라...
'뭔 말이야...' 했다.
일단은 웃으면서 고맙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럼 내가 나지 뭐 남인가..'
시간이 지나고 몇 번의 인터뷰를 거치면서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
인터뷰를 볼 때 나는 면접관에서 최대한 잘 보이려 노력한다. 잘 보이려면, 때로는 내가 아닌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처럼 굴 때도 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럴 때면 어색한 모습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1대 1 면접하는 사람은 그 어색함을 바로 인지하고 본인도 어색해지고, 분위기는 불편해진다.
인터뷰는 모르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자리다. 시작부터 어색하다. 하지만, 내가 어울리지 않은 가면을 쓰고 내가 아닌 양 행동하면 더욱 어색해진다. 또한 인터뷰는 '나'라는 사람을 알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내가 쓴 가면의 나'를 알기 위함이 아니다. 나의 학력, 스펙은 이미 내 이력서에 다 나와있다. 따라서, 정말 연기를 완벽하게 해낼 자신이 없다면, 그냥 '나'로서 인터뷰에 응해야 한다.
나에게도 다양한 모습이 있다. 나의 모습 중에 내가 가장 자신 있고 회사에 잘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제한된 몇 시간 안에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줄 필요도 없고 시간도 없다. 인터뷰는 나를 세일즈하는 시간이다. 30분, 1시간 동안 정해진 시간에 내가 어필하고 싶은 모습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어필하는 일.
우선, 나를 잘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스펙만이 아니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글로 써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고 나서 나만의 전략을 세운다. 인터뷰 연습은 필수다.
마지막으로, '나'여야 하는 이유는, 나도 회사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회사가 나를 고르는 자리지만, 나도 회사를 판단하는 자리다. 나의 모습으로 인터뷰를 했을 때,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에 회사를 판단한다는 것이 배부른 소리 같지만, 내가 능력을 갖추고 좋은 기회들이 주어진다면 회사를 평가할 수 있는 입장에 서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