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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계 Dec 04. 2023

터미널 2

유서연(2023)

 10살 때, 사람이 죽은 걸 본 적이 있다. 당시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형이었는데, 그 오빠는 폐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 학교에서 전교회장을 하고 있던 그 오빠는 싹싹하고 밝은 성격이라 모두가 좋아하던 사람이었고, 그의 죽음은 한동안 동네에서 가장 큰 이슈였다. 어린 내가 남몰래 좋아하던 그 오빠는 그렇게 죽었다.


 자살의 흔적도 타살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도망치는 뒷모습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 용의자와 그 오빠의 시체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이 바로 나였다. 그때의 기억은 모든 게 흐릿하다. 10년도 더 된 일에다가 그 당시 나의 나이는 고작 10살이었다. 그날 나는 왜 그 폐건물 갔었는지, 시체 발견 후에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는지, 그 오빠의 이름이 뭐였는지, 오빠의 동생이자 내 친구였던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모든 것이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 병원에서는 충격으로 인한 스트레스성 부분기억상실증의 증상도 보인다고 밝혔다. 딱 하나 기억나는 건, 그 오빠의 옆모습이었다. 머리에서 흐르고 있는 피가 아니었다면 잠을 잔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내가 왜 이 오빠 생각을 했을까? 아, 맞다. 기억났다.

 저 남자, 그 오빠랑 너무 비슷하다. 이제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그 오빠.

 이 남자의 옆모습을 본 짧은 찰나의 순간,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숨소리만 나직하게 울리는 방 안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남자는 서서히 눈을 뜬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다. 나와 눈이 마주친다. 놀란 듯 눈을 크게 뜬다. 입술이 떨린다. 손이 떨린다. 이상하게 마음이 붕 떴다가 가라앉는다. 한참을 서로 바라본다.

 이거 꿈이겠지? 꿈 속의 등장인물도 이렇게 놀랄 수 있나? 왜 이제야 이 꿈에서 나타난거지? 너는 누구지? 누구길래 이렇게.. 낯이 익지?

시간이 지나 남자의 숨소리는 거세졌다가 찬찬히 줄어든다. 아직 떨리긴 하지만 어느정도 침착해진 그 남자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 서서히 입을 뗀다. 


"유서연?"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지?

내 대답을 표정으로 알았는지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말을 잇는 그 남자.


"나 서도윤이야. 남동초등학교."


그 이름을 듣자 잊고 있던 기억들이 마치 바늘처럼 머리를 뚫고 지나갔다. 



죽은 그 오빠의 이름은 서도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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