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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계 Apr 12. 2023

캐나다에서 왜 식당에서만 일했나요?

우리가 요식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캐나다에 막 도착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직업은 요식업이다. 


어쩔 수 없다. 먼저 옷가게나 편집샵 같은 경우는 꽤 고난도의 영어를 요한다. 실제로 이력서를 들고 갔는데 일부러 영어를 어렵게 말해 알아듣는 자만 통과시키는 경우도 봤다. 고객의 체형이나 원단, 사이즈와 관련된 영어를 하려면 이런 인터뷰 아닌 인터뷰가 필요할 것 같긴 하다.

액세서리샵도 만약에 "What is this gem? Amethyst?"라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자수정이라고 바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카페, 카페는 많이 도전하는 직업이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꽤 많이 하는 걸 보았다. 외국 카페에서 일하고 싶으면 꿀팁을 하나 알려주겠다. '스타벅스'에서의 알바 경험을 쌓아라. 

일단 스타벅스는 전 세계인 대부분이 아는 커피브랜드라 여기서 일했다고 하면 웬만한 카페는 먹고 들어간다. 한국 스타벅스에서 일했다 하더라도 외국 카페에서 좋게 봐주는 경우도 많이 봤고, 내가 아는 사람은 아일랜드 스타벅스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캐나다 스타벅스에서도 바로 뽑혔었다. 

일을 하더라도 대감집 노비를 하라고 했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그 시기, 내 주변 알바생 중 '유급휴가'를 2주 준 곳은 스타벅스 밖에 없었다. 워홀러가 힘든 시기 유급휴가를 받는 것은 정말 기적과 같은 일임을 모두가 알 것이다.

룸메가 만들어준 커피, 덕분에 공짜로 먹었다

대신 외국 스타벅스의 치명적 단점이 있다. 그건 바로 '커스터 마이징'. 이 뜻은 고객이 원하는 니즈에 맞춰 음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영어로.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아르바이트했던 내 룸메는 말했다. 세상에는 온갖 요구사항이 있다고. 

우리나라에서 흔히 밈(?)처럼 쓰는 알바생 괴롭히는 방법에서 온갖 주문을 하는 손님 상황을 많이들 비유하는데, 그게 외국 스타벅스에서는 일상인 것이다. 다양한 요구를 가진 손님이 많아 그만큼 다양한 재료가 있고, 크림 종류, 우유 종류, 토핑 종류, 비건과 논비건 등.. 모든 식재료를 알아야 음료 한 잔을 만들 수 있다. 내 룸메는 영어를 잘했는데도 한동안 그 재료 외우느라 매일 단어장을 들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사실 이건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일반 카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팀홀튼처럼 캐나다에서 큰 카페뿐만 아니라 작은 개인 카페에서도 고객의 성향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하기 때문에 만약 카페에서 일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무조건' 기본적인 카페 재료 영어는 알아야 한다.


한인마트에서도 생각보다 많이 일한다. 장점은 할인세일하는 물건을 많이 겟할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영어를 쓸 일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한인 마트는 아무래도 대부분이 한국인이고, 특히 캐셔나 판매업이 아니라 물건 진열 업무면 손님 만날 일도 적어 영어 쓸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많이들 눈을 돌리는 것이 식당이다. 사실 대부분의 워홀러들은 식당을 한 번은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당은 아시아 식당이라도 다국적 사람들이 꽤 많이 일한다. 이 말은 디시워셔라도 영어를 쓸 일이 자주 있다는 것.

물론 헤드셰프나 매니저 같은 전문적인 업무를 맡을 수도 있겠지만 워홀러들에게는 현실상 힘들고, 주로 맡는 식당에서의 포지션은 주로 3가지이다. 


1. 디시 워셔: 말 그대로 주방 설거지이다. 내가 일한 라멘집에서는 보통 설거지, 교자 옮기기, 교자 트레이에 펴기, 삶은 달걀 까기, 깐 달걀 간장통에 넣어두기, 쓰레기 치우기, 기름 치우기 등 잡업무를 맡았다.

이 같은 경우는 영어를 못해도 괜찮다. 사실 대략적인 뜻만 알아들을 수 있어도 어느 정도 업무가 가능하고 단순 업무라 한 번만 파악하면 다음부터는 쉽다. 

대신 힘들다. 하루종일 설거지하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다. 특히 산처럼 쌓인 쓰레기 보면 한숨만.. 그리고 쓰레기 비우는 일도 맡으면 늦게까지 남아있어야 할 확률이 높다.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2. 키친: 주방에서 하는 업무를 말한다. 쉽게 말해 칼을 드는 일이다. 생선 자르기, 면 삶기, 파 썰기, 디저트 굽기, 플레이팅 하기 등 말 그대로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도 영어실력이 크게 요구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조리도구를 쓰는 일이라 식당 경력이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실제로 어떤 가게에 키친 업무 면접을 보러 갔는데 주방 경력이 없으니 서버를 해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아무래도 조리도구에 미숙한 사람이 다쳐 일이 커지는 것보다는 요리 경력이 있는 사람을 뽑고 싶은 게 식당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3. 서버: 서버는 음식을 서빙하는 사람이다. 주문부터 음식 전달, 음식 설명, 스몰 토킹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셋 중 가장 높은 영어 실력이 요구된다. 특히 크고 팬시한 가게일수록 영어실력을 더욱 보는 경향이 있다. 서버는 저번 브런치글에서 말했듯 팁이 쏠쏠하다는 좋은 장점이 있다. 

대신 영어를 그만큼 보기 때문에 면접과 실전이 중요하다. 아직 영어에 자신은 없지만 서버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한인가게에서 일을 해보는 걸 추천한다. 그곳에서 경력을 쌓고 다른 곳에서 일해도 시간은 충분하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처럼 캐나다에 막 도착한 워홀러, 유학러들은 식당업무로 많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사람도 많이 구하고 처음에 도전하기에 좋은 직종이라 그렇다. 사실 웬만큼 영어가 되는 친구들은 시코르 판매업, 기프트샵, 자라, 스타벅스 등과 같은 곳에서 일하기도 한다.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도 처음 영어 실력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일자리를 찾아보는데 그런 도전 자체가 정말 큰 자산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한국인이 많아서, 힘들 것 같아서, 영어 안 늘 것 같아서와 같은 이유로 부딪히지 않는 사람보다는 영어를 잘 못하더라도 일단 도전하는 사람이 영어가 훨씬 빨리 늘었다.

 

나도 캐나다에 있을 때 가장 재밌고, 가장 영어가 빨리 늘었던 때가 한국인 가득한 식당에서 일할 때였다. 혹시 망설이는 분들, 이 글을 보고 용기를 내길 바란다. 나중에 돌아보면 웃음이 지어질 재밌는 일들이 많이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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