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소설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나는 야간 자습 시간에 문제를 풀다 말고 빈 노트 하나를 꺼내어 맨 뒷자리에 있는 스탠딩 책상 앞에 섰다. 따분한 공부가 하기 싫기도 했지만 무언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어딘가에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바로 소설 '핵겨울'의 시작이었다. 장문의 글쓰기가 처음이었던 나는, 거기서 거의 공책 반 페이지 정도 분량의 글 도입부를 썼다.
이때가 2013년이었으니 이 소설이 빛을 보기까지 12년의 세월이 필요했던 셈이다. 순수히 글을 쓴 시간은 그중 1년도 되지 않았기에, 글을 잡았다 놓았다 하면서 허송세월하며 언젠가 이 글이 완성이나 될지 스스로도 의문이었으나 백수가 된 것을 계기로 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분량은 십만 자 정도로 중편 정도의 사이즈였고 여러 겹의 퇴고가 이루어졌다. 사실 분량은 더 늘어났어야 했다. 하지만 장편소설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던 나는, 내 첫 작품을 반쯤 만들다 만 상태로 어영부영 끝을 맺었고 이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 되었다. 그럼에도 끝내기로 결정한 이유는 아마도 미래의 내가 언젠가 다시 이 작품을 개정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때가 언제가 될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 절실했던 탓에 12년을 끌어온 이 소설은 이런 식으로 끝이 났다. 핵전쟁, 방사능, 괴물, 겨울, 생존. 소재는 흥미로웠지만 글쓰기 자체는 까다로웠다. 이미 종말에 관한 책은 수도 없이 많았고, 대표적으로 메트로 2033과 같은, 이 때문에 글은 쉽사리 진부하고 양산형과 다를 바 없는 글이 될 수도 있었다. 이것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는지 아닌지는 출판이 약 일주일 정도 남은 이 시점에서 알 수는 없지만 오히려 소설이 짧았기 때문에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을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었다.
책을 집필하는 과정은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한 문장 한 문장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았고 일의 특성상 누구에게 도움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나는 그저 글을 꾸역꾸역 쓰게 되었는데, 그 결과는 두말할 필요 없이 비참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책의 결말이 다소 아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책을 어떻게든 완성해 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자축했으니 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차기작에서 해소하기로 했다. 첫 작품에 완전히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소설에 관해 말하자면,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칼 세이건의 핵겨울 현상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는데, 그래서 책 제목이 핵겨울이지만, 먼지가 해를 가려 일시적인 빙하기가 찾아오는 세계를 주요한 모티브로 삼았다. 단순히 괴물의 출현뿐만 아니라 기후적 재앙까지 뒤덮인 현대를 그려내고자 노력했고 그 분위기를 어떻게 생생하게 글로 전달할 수 있을까에 공을 많이 들였다. 거기에 몰두하다 보니 빈약한 서사가 되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민망한 변명이다.
책은 부크크에서 자가출판으로 진행되었다. 요즘같이 쉽게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에서는 출판도 어렵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부크크를 통해서만 구입을 진행할 수 있는데, 이것도 승인이 나면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대형 서점 사이트에도 핵겨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