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을 방문하다.

by 박재휘

꽤 오래전인 작년 가을 무렵, 처음으로 서울에 있는 고궁을 방문했다. 날씨는 매우 화창해서 좋았고, 이른 시간에 움직여 여유를 가지고 넉넉하게 창덕궁과 경복궁을 둘러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감상 중에 어떤 대단한 감흥을 받았던 것이 아닌 데다, 심지어 약간 무심하기도 한 마음으로 후원을 둘러보았으니 별 다른 감정이 남아있을 리 만무했다. 어쩌면 규모면에서는 이조시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로 그런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그렇게 엄밀히 따지자면 복원된 건물들은 볼 가치가 없다는 편견이 된다.


파괴된 것의 복원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바르샤바의 구시가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폴란드인들은 전란으로 철저히 파괴된 수도 바르샤바를 한 땀 한 땀 공들여 원복 했는데, 실제로 세월의 흐름만 느껴지지 않을 뿐이지 아주 높은 수준의 복원임을 알 수 있었다. 건물 하나가 아닌 구시가지를 통째로 과거의 그것으로 다시 만들어 낸 것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바르샤바에서는 이같이 느꼈으면서도 나는 어째서 한국의 고궁에서 크고 작은 인상을 받지 못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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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복원이 끝난 것이 아닌 까닭일 수도 있다. 2045년까지 예정된 복원 사업은 나같이 일견에 만족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또 다른 방문 기회를 주는 셈이라 생각하고, 이때까지의 그 의문을 잠시 접어둘 수 있을 것 같다. 돌이켜보면 동래향교를 방문했던 과거에도 건물의 배치와 그 공간의 의미를 탐미하는 재미가 있었으나 그것이 사방이 콘크리트로 된 건물 사이에 있었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 아쉬웠던 적이 있다. 무언가 한 가지씩 아쉬워 보이는 것은 편견 때문이기도, 시간을 초월해 남아있는 장소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라는 바탕지에 수놓은 과거의 흔적들은 대체로 조금씩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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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갈하며 수수한 조선 건축물의 지극한 아름다움과 편안함은 그런 감흥과 별개로 여전히 확고하게 고궁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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