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출판한 이후로,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브런치스토리에 가입했다. 에세이와 같은 글을 일주일에 하루는 쓰자고 마음먹은 탓에, 특히 매주 화요일, 주제가 생각나지 않았음에도 글 작성을 위해 밤늦게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내가 그동안 해온 글쓰기는 학부 시절 제출해야 하는 페이퍼나 소설이 전부였기에 다른 글을 쓴다는 것은 꽤나 큰 고역이었다. 그중 가장 어려운 부분은 매주 글의 주제를 선정하는 작업이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주제로 하기에는 너무 단조로운 일상이라 어렵게 느껴졌고, 특정 주제를 가지고 쓰자고 하니 무게감이 느껴졌다. 난이도는 어찌 되었건 일주일에 한 편은 꼭 써야 하는 탓에, 글을 쓰는 것에 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사실 쓰고 싶은 글감은 많았다. 특히나 꾸준히 연재를 할 수 있는 브런치스토리의 기능을 활용해서 큰 주제를 가지고 한 편씩 한 편씩 쌓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언젠가 러일전쟁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었고, 또 한편으로는 지금 집필 중인 핵겨울의 두 번째 이야기를 이곳에 연재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모두 스케일이 너무 크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하고 싶지만 아직 할 엄두가 안나는 주제들이었다. 시작한 것은 꼭 제대로 된 끝을 맺고 싶었다. 그렇기에 더욱 망설여졌다.
러일전쟁사는 준비가 많이 필요한 작업이었고 소설은 거듭된 퇴고가 필요한 일이기에 연재를 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시작하기 전인 지금은 열정에 넘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는 불과 연재를 시작하고 이주일 정도만 되어도 금방 소모될 것이, 나라는 사람의 특성상 뻔히 보이는 일이었다. 결국 연재의 무게에 짓눌려 이도저도 못하다가 시도 자체가 붕괴해 버리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까 두려운 마음이 컸다.
그래서 또 하나 떠오른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써보아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자서전을 쓰는 것이었다. 30년의 세월을 복기하는 회고록은 비교적 쉬운 글쓰기에 속하는 것 같이 보였다. 왜냐하면 그저 최초의 기억을 토대로 사건을 연대로 나열해서 서술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든 자서전은 거짓말투성이라는 일리 있는 주장에 반박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못한 나의 습성을 염두해 볼 때, 이 또한 그리 의미 있는 시도는 아닐 것이었다.
글쓰기에 관한 글은 이렇게 온갖 어지러운 변명들과 민망한 자기 고백으로 뒤덮이고 말았다. 이래서 뭘 할 수나 있겠냐는 독자들의 따끔한 핀잔이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그래도 기쁜 것은 어찌저찌 유야무야 이렇게 글을 한 편 써냈다는 사실이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글쓰기는 여전히 즐거운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