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커피의 힘, 온두라스 원두 이야기 (1)

커피로 이어진 인연

by TERAROSA 이윤선

커피 산업이 매력적인 이유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우리 모두 친구가 된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 인류를 통틀어 어디서나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 마시는 음료는 커피가 유일합니다.

쉽게 말해, 에티오피아든 뉴욕이든 서울이든 커피는 '뜨거운 물로 성분을 추출해 마시는 음료'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커피 산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커피에 대해 알고 있고, 로스팅한 커피를 마셔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어디를 가도 커피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는 늘 많습니다.


저 또한 커피를 통해 그동안 수많은 인연들을 거쳐왔고, 커피만큼 진한 우정을 나누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커피로 이어진 온두라스 엘 푸엔테 농장과의 소중한 인연에 대해 들려드리려 합니다.



커피가 가진 연결의 힘


KakaoTalk_Photo_2023-06-16-10-31-56.png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한 잔의 커피 Ⓒ Yunseon Lee

커피만큼 남녀노소, 시간과 공간,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나누지 않고 한곳에 모이게 하는 산업은 드뭅니다.

예를 들면, 커피는 후진국이라고 알려진 아프리카 그 어딘가에 살고 있는 80세 노인과도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이고, 한국의 젊은이가 유럽의 수상을 만나서도 쉽게 화제를 삼을 수 있는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커피는 우리 모두를 친구로 만들어주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그 친구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커피를 실제로 제조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는 바리스타나 로스터, 바이어들은 어디서 누굴 만나든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는 넉넉한 소재거리를 항상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생전 처음 방문한 낯선 곳이 커피 생산지이든 소비지이든 간에, 우리는 커피를 둘러싼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그 안에서 하나가 되는 동질감을 느끼곤 합니다. 산지에서 직접 커피를 구매하는 바이어의 경우, 산지와 소비지 모두에 경험이 많기 때문에 커피를 소재로 이야기를 펼치고 그 과정에서 동질감을 형성하기에 매우 유리합니다. 그래서 커피 주변엔 늘 친구들이 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게 온두라스 커피가 특별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 역시 ‘친구’인 것 같습니다.



마리사벨과의 첫 만남


<2010 온두라스 컵 오브 엑셀런스 대회>는 온두라스 서남쪽 마르칼라(Marcala)라는 작은 마을에서 열렸습니다. 제가 마리사벨을 처음 만난 곳이 바로 이곳이고 엘 푸엔테 농장이 위치해 있는 곳도 이 근방입니다. 저는 대회 기간 중 농장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마리사벨과 모이세스 부부 Ⓒ TERAROSA LIBRARY

마리사벨과 모이세스 부부는 대회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을 위해 농장 소개 프로그램과 푸푸사(옥수수, 쌀로 만든 부침개)로 맛있는 점심을 준비해주었습니다. 한국에서 온 심사관은 저 혼자였고, 온두라스 대회 방문이 처음인지라 더욱 낯설고 어색한 기분으로 있던 제게 마리사벨이 다가왔습니다.


“Are you coming from Korea?”(한국에서 오셨어요?)

그녀가 건넨 첫마디였습니다.


“Yes!”(네!)

“안녕하세요…”


환한 웃음과 함께 바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그녀를 보며 제가 매우 놀랐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 다음부터 우리는 한국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리사벨은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본인이 아는 한국에 대해 저에게 설명했는데, 그녀가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적잖은 이해와 설명은 저를 매우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I used to visit 동대문 and 남대문!”( 나는 동대문과 남대문을 자주 갔어요!)

“What? 동대문? 남대문? For what?”(뭐라고요? 동대문? 남대문? 왜요?)

“To buy clothes and sell to Honudras.”(그곳에서 옷을 사다가 온두라스에서 팔았죠.)


환하게 웃으며 그녀가 말했습니다. 처음엔 저도 그냥 웃으며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알고 보니 그녀는

지금까지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리사벨, 그리고 그녀의 커피 역사


1970년, 산드라 여사와 파비오 씨가 결혼해 마리사벨이 태어났습니다. 이 부부는 산드라 여사의 아버지로부터 농장의 일부를 구매해 커피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마리사벨이 직접적으로 커피와 연관된 것은 바로 어머니 산드라 여사때부터인데, 그녀는 커피 밭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고 할 만큼 부모님의 커피 농사를 어릴 적부터 도우며 생활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그녀는 커피 근처엔 잘 가지 않습니다. 매해 온두라스를 방문할 때마다 마리사벨을 만나곤 하는데, 그녀가 한번도 농장을 둘러보거나 워싱 스테이션을 둘러보거나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467.JPG 채집하기 전, 잘 익은 커피 열매 Ⓒ Yunseon Lee

그러나 커피에 대한 애정은 대단합니다. 한번은 '커피를 어떻게 따야 하는가', '커피 피커들에게 어떻게 훈련을 시켜야 하는가'에 대해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 나눈 적이 있는데, 그녀는 '마치 아기 보듯이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들이 아기를 볼 때 이쪽 저쪽을 다 살피고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는 것처럼, 커피도 한 알 한 알 자식을 돌보는 어미처럼 그렇게 바라봐야 보이고, 그런 마음으로 수확해야 잘 익은 것만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 이야기를 듣고 한바탕 웃었지만, 방법적으로는 불가능할지 몰라도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심정으로 커피를 돌봐야 한다'는 그녀의 표현은 농부가 농작물을 대할 때 갖춰야 할 마음 자세를 의미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지 4. 그녀의 애정이 깃든 엘 푸엔테 농장 전경 Ⓒ Yunseon Lee.JPG 그녀의 애정이 깃든 엘 푸엔테 농장 전경 Ⓒ Yunseon Lee

마리사벨은 오늘날까지도 커피 없는 그녀의 인생은 생각할 수도 없고, '커피를 통해 그녀가 얼마나 많은 것을 얻었는가'에 대해 늘 감사한다는 말을 종종하곤 합니다. 이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커피에 대한 애정과 사랑으로 가득한 마리사벨은 결혼을 계기로 그녀만의 농장을 갖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현재의 엘 푸엔테 농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커피를 향한 진정성으로 지속된 우정


image.png <The Power of Coffee> 테라로사X온두라스 엘 푸엔테 Ⓒ TERAROSA 홈페이지

테라로사와 온두라스의 인연은 엘 푸엔테 농장이 설립된 이후부터 거의 반 이상을 함께 해왔을 만큼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관계는 파트너십 그 이상으로 서로를 깊이 신뢰하는 마음과 애정 어린 우정이 바탕이 되어 있습니다.


테라로사는 작년부터 '더 파워 오브 커피(The Power of Coffee)' 캠페인을 통해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그 안에 담긴 산지 농부들과의 신뢰와 우정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데요. 작년 르완다 산지 이야기를 들려드린 데 이어, 올해는 커피를 향한 진정성이라는 공통점으로 연결된 테라로사와 온두라스의 오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엘 푸엔테 농장 ‘마리사벨 & 모이세스’ 부부와의 깊은 인연, 그리고 이 부부와 테라로사의 우정과 신뢰를 쌓아오게 된 과정에 대해 더 생생히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커피의 수많은 매력 중 하나는 바리스타나 로스터, 커피 체리 피커 등 생산과 유통에 직접적으로 걸쳐 있는 주체들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까지도 자신만의 취향이 확연히 드러난다는 점 같습니다. 그렇기에 취향과 마음이 통하는 누군가를 만나면 소중한 인연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날 제가 온두라스 커피를 특별히 여기고, 저의 친구 마리사벨과의 애틋한 우정을 여전히 이어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의 이야기에 참여하며 더 깊이 공감하실 수 있도록, 4월의 킹콩(King콩)은 ‘온두라스 마르칼라 마리 & 모이’ 원두로 준비했습니다. 이 원두를 통해 그녀의 커피에 대한 진심, 그리고 테라로사와의 연결의 시작이었던 커피의 매력을 경험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4월 King콩] 온두라스 마르칼라 마리&모이 카투아이 워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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