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커피의 특별함을 완성하는 무산소 가공법
가공 방식마다 각각의 특징과 매력이 있지만 무산소 가공을 거친 커피는 조금 특별합니다.
산지마다의 특색을 함께 드러내는 다른 가공법들과는 달리, 어디에서 자라고 수확된 원두이든 무산소 가공을 거치면 이 가공법만의 독특한 풍미를 품게 되기 때문입니다.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테라로사에서 선보이는 3월 커피 원두인 'Single Origin Set'는 르완다 마헴베 농장의 커피를 워시드, 무산소 이렇게 두 가지 가공으로 맛볼 수 있는 구성으로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이 구성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기 전, 무산소 공법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해보려 합니다.
무산소 가공법은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산소를 차단하는 발효 방식으로 커피 가공이 이루어집니다. 어느 발효이든 공기 중 박테리아 활동에 의한 분해라는 점은 동일합니다. 다만, 재료가 와인처럼 열매 전체(껍질, 과육, 씨)를 사용하는지 혹은 커피처럼 열매의 일부만 사용하는지 등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종래의 커피 산업에서 발효의 주된 목적은 물리적인 힘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점액질을 대기 중 미생물의 분해 작용을 통해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이러한 미생물의 분해 활동에 껍질이나 과육 혹은 설탕이나 꿀, 다른 과일까지 사용하는 과정이 더해지면, 비록 열매의 씨앗이라 하더라도 색다른 맛과 향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무산소 가공법의 주요 논지입니다.
무산소 가공법이란 먼저, 나무에서 수확한 커피 체리를 껍질 채로 공기가 차단되는 통에 투입합니다. 그리고 밀봉을 시켜 그 통안에서 자체 발효가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쉽게 말하자면 커피 열매가 부패하도록 놔두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발효 정도에 따른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적절한 산도와 풍미 등을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 단계의 확인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열매 채로 밀봉한 커피는 3일 혹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농부의 레시피에 따라 발효됩니다. 발효 후 뚜껑을 열면 엄청난 발효취와 함께 주스가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농부마다 후가공 처리가 약간씩 다른데, 바로 주스를 버리고 말리기 시작하는 농부가 있는가 하면, 주스에서 건져낸 파치먼트를 물에 담가 레스팅 시키고 말리는 농부도 있습니다. 각각의 다양한 후처리 과정을 거친 뒤 아프리카 베드에서 말려 완성하면 무산소 가공 커피가 되는 것입니다.
이 가공법 역시 초기 개발자가 누구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코스타리카 컵 오브 엑설런스 대회(CoE)’입니다. 공기를 차단하고 발효시켰다는 점에서 착안한 무산소 가공이라는 이 방법이 여러 커피 품평회에서 우승하게 되면서 커피 업계에 주목을 받게 된 것입니다. 무산소 가공법을 거친 커피는 내추럴 커피보다 가공을 통해 얻어지는 맛이 더 강력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뉘기도 하고 산지 구분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느 산지의 커피를 사용하든 무산소 가공법의 맛과 향만이 튀어서 쉽사리 그 산지를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산소 가공법을 거친 대부분의 스페셜티 커피는 한국인들에게 깻잎향이 더해진 커피 맛을 연상시킵니다. 깻잎향을 허브향으로 인지하는 서양인들에게 이 색다른 향의 커피는 그 자체로 독특하게 다가옵니다. 새콤달콤한 과일 캔디와 강력하지만 은은하게 올라오는 깻잎향의 커피, 상상이 가시나요? 그래서 누구나 호기심이 발동하지만 경험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한 커피랍니다.
무산소 가공법의 여러가지 아이디어는 실제 와인 생산자들이 진행하는 발효에서 착안된 것으로, 이종 산업 간 교류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식품으로서 커피를 안전하게 소비하는데 문제가 없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구 중입니다. 와인처럼 몇 천년의 역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발효라고 부르는 이 과정이 실제 어떤 미생물에 의해 어떤 맛과 향을 살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 과학적 조사와 근거가 미비한 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커피 산지의 대부분이 저개발국으로, 위생에 대한 개념 자체가 짧고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열매 자체를 깨끗하게 다루는 법에 대해 무딘 경우가 많습니다. 산지에서는 수확한 커피 체리가 이렇게 통에 담긴 채 다음 가공 과정을 기다리기도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아무리 청결하게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실체는 아름다운 그림은 아닐 수 있습니다.
또, 한 해 동안 무산소 가공을 통해 매우 훌륭한 커피를 생산했더라도 다음 해에 동일하게 재현하기는 어렵다는 점 역시 한계입니다. 발효라는 것은 여러가지 조건이 함께 작용해 진행되기 때문에, 어떻게 일어날지 정확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내년의 커피 열매와 올해의 커피 열매가 정확히 같지 않으므로, 같은 품질을 생산하는 것에 그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생산이 어렵습니다. 이러다 보니 소량으로만 생산이 되고, 그만큼 더 유명세가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산지에서 다채롭게 일어나는 이런 모든 활동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페셜티 커피’라는 테두리 안에 놓여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스페셜티’라는 단어가 주는 새로움과 기존 커피와의 분명한 차별성, 그리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를 커피라는 농작물 속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생산자의 노력이 담긴 과정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이 그저 새롭기 때문에 고품질로 인정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 한 잔이 주는 맛과 향 그리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다채로운 풍미와 매력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음미하다 보면 어디에서 누가 생산한 원두인지, 누가 어떻게 볶고 추출했는지를 궁금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구 반대편의 그 누군가부터 카페에 앉아있는 우리 앞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에 이르기까지,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는 과정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노력의 합이 바로 커피의 품질을 이룹니다. 다양한 커피 가공법은 그 중의 한 순간일 뿐, 그 자체가 커피 품질의 전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산지의 커피가 다채로운 커피 가공법을 통해 어떻게 변하는지를 비교해 볼 수 있다면, 또 다른 커피를 알아가는 흥미로운 여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공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풍미를 직접 경험해보며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스페셜티 커피를 찾다 보면, 커피의 세계가 보다 무궁무진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테라로사에서는 다양한 가공법을 거친 커피들을 매년 새롭게 여러분께 선보이고 있습니다.
테라로사 스페셜티 커피를 경험하실 수 있는 이번 3월 커피 원두, Single Origin Set를 통해 전통적인 균형감과 마헴베 원두 특유의 깨끗한 여운을 느낄 수 있는 르완다 마헴베 저스틴 부르봉 워시드,
쨍한 과일의 향미가 새롭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르완다 마헴베 윌리 부르봉 언에어로빅을 비교하며
같은 산지의 원두가 가공법에 따라 얼마나 다른 풍미를 갖게 되는지 직접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테라로사 - [3월 S.O.S] 르완다 마헴베 스페셜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