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 일로 아침 공기가 덥지 않아 가벼운 기분으로 자동차에 키를 꼽는다. 그리고 롤링스톤즈의 paint it black을 들으면서 도로 위로 나선다.
내가 사는 막탄섬의 혼잡한 도로를 지날 때면 예전 티브이 인기 드라마였던 '머나먼 정글'이 떠오른다 ,
앤더슨 중사와 부하들이 치열했던 수색전투에서 살아 돌아와 다운 타운으로 맥주라도 한잔하러 가는길에 보이던 도로의 풍경,... 오래된 지프니, 오토바이와 뒤섞여 매연을 뚫고 펍으로 향하던 그런 도로와 정서들...
비약일지도 모르고 흘러나오는 노래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직도 나는 막탄의 도로 위 풍경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마치 해외 드라마의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조연이나 된 마냥 차를 몰고 방금전 그 분위기와 시대에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세븐일레븐으로 향한다, 커피는 세븐일레븐 커피가 맛있다.
그렇게 싸구려 커피를 들고 일터에 도착하면 직원들은 하는 둥 마는 둥 인사를 건넨다.
나는 여행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다.
불과 코로나 직전까지만 해도 막탄에는 지나다니는 똥개도 100페소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했었다.
코로나를 뚫고, 평생에 한 번도 겪어보기 어려운 슈퍼울트라 태풍에 얻어맞고 재건하여 그렇게 다시 문을 연 필리핀 세부의 관광산업은 현재 돌이키기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로 불황으로 곤두박질쳐버렸다.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과 다르지 않은 비싼 물가, 멋지거나 새로울 것 없는 관광 포인트와 놀거리..
다른 동남아의 여행지에 비해 나을 것이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세부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깨끗하고 멋진 바다와 유토피아의 하늘을 옮겨 놓은 것 같은 하늘과 구름이 환상적인 곳이다.
이 자체 만으로도 세부는 최고의 장점을 가진 곳이고 때 묻지 않은 자연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여행객이 알지 못하는 기막힌 지역이 많다.
누기 먼저 개발을 아니 관심을 가지냐에 달려있는 로또 같은 관광지이다.
다른 나라에서의 생활을 빼더라도 15년을 살아온 나라, 15년간 종사했던 필리핀의 여행업이 이렇게 상상할 수 없는 몰락의 수렁으로 떨어질 줄은 몰랐다. 더욱이 여기에 살고 있는 교민들이나 필리핀 정부와 정책마저도 이 상황을 벗어날 해답을 찾지 않고 당장 눈앞의 욕심에 집착하는 모습에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