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1

2025년 4월 16일

by 정우현

요즘은 말이야.

여전히 가끔 꿈에 할머니가 나오고는 하는데

일어나고 서너 시간이 지났는데도

꿈에서 깨어나질 못해서,

할머니가 이 세상에 더는 없다는 걸 잊어서,

할머니가 있다고 착각하다가 문득

맞아, 하고

다시 깨닫게 돼.


그렇겠다.

더는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아주 외로울 것 같아

나는 영혼을 믿잖아.

그래서 죽은 사람도 언제나 함께 있다고 믿어.

너의 곁에 할머니가 언제나 계실 거야.

영혼으로 계속 함께 있어.


최근에는 좀 웃긴 꿈을 꿨어.

웃기고 슬픈 꿈이었지.


뭔데?


꿈에서는 할머니가 수술을 잘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있었어.

나도 원래 계획대로 서울로 올라와서, 그렇게 잘 지내다가,

오랜만에 본가로 내려와 할머니를 만난 거야

할머니를 만나고 내가 물었지 무릎은 괜찮냐고 이제 안 아프고 잘 움직이냐고

그랬더니 할머니가 그래. 봐라! 하면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다리 한 쪽을

접었다 폈다 접었다 폈다 접었다 폈다 그러더니,

그렇게 펄떡펄떡 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거야. 물 밖으로 튀어나온 물고기처럼.

그러고 꿈에서 깼거든. 그래서

하늘에서는 다리가 말짱하신가 보다, 믿기로 했어.


할머니가 너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셨나봐.

그래서 같이 기뻐하고파서 그렇게 꿈에 나오신 거지.


내가 중학생 때, 처음 글을 써서 상을 탔어.

서너 페이지쯤 되는 짧은 글이었는데, 그 글을

할머니가, 할머니만

읽어주었지. 재미있다고 해주고, 계속 기억해주셨어.

당신 이름도 쓰기 어려워하시는 분이 말이야.

아마도 내가 글을 쓰겠다고,

그럼에도 쓰겠다고 하는 단 한 가지 이유를 들라면

할머니 때문일 거야.


응.


잘 지내봐야지.


좋아.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고마워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ㅎㅎ 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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