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여리지?

직위가 사라진 자리엔 두려움이 남았다

by 아르테나

“진짜 담당님은 기존쎄 같아요.”
“유일하게 그 진상 고객이 담당님은 무서워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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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나는 종종 멘탈이 강한 사람으로 불렸다.
말 그대로 기가 센 사람.

10년이 넘게 한 직종에서 업을 쌓다 보니 내 일에 진심이 생겼고,
그 진심은 결국 실력이 되었다.

실력이 되니 자신감도 따라왔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고
죄송하지 않은 건 굳이 죄송하지 않아도 됐다.

동료들은 그런 나를 보며 말했다.


“와… 진짜 기 세다.”
“언니는 멘탈이 철근이야.”

동료들이 일에 지쳐 눈물을 흘릴 때도
나는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기보단
문제를 살펴보고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 그 눈물을 닦아주곤 했다.

사람은 힘든 일에 빠지면
세상이 제3자가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보이는구나 싶어서
나는 늘 옆에서 문제를 정리해 주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당당했고,
그렇게 단단했고,
그렇게 커리어우먼 같았다.


그런데 직장을 나와 내 일을 시작하려 하자
세상이 갑자기 달라 보였다.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회사가 사라지니 내가 곧 직장이었고 내가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나는 새로운 업으로 로고 디자인을 선택했다.

처음엔 멋있어 보였다.

“나도 내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겠지.”
“창업이라는 걸 해볼 수 있겠지.”

그리고 당당하게 처음으로 포토샵 강의를 틀었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무너졌다.

영어를 몰라서 울고 툴이 너무 많아서 울고

강의를 봐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울었다.

강의를 마치고 나면 어떤 강의를 또 찾아야 하는지도 몰라서 울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하찮다.

포토샵 영어 버튼이 뭐라고 내가 그 앞에서 그렇게 울었을까.


직장에서 “기가 쎄네요”, “자신감 대단하시네요”
그 말로 만들어졌던 나의 멘탈은
세상 밖에서 바사삭 무너졌다.

혼자는 외로웠고
혼자 남겨진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서러웠다.


프로젝트를 끝내고 동료와 하이파이브하며 으쌰으쌰 하던 나는,

진상 고객에게 논리적으로 “아닌 건 아닙니다”를 말하던 나는,

동료의 문제를 멋들어지게 해결해 주던 나는,

어느새 모든 것이 처음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처음이라는 건 생각보다 사람을 약하게 만든다.

아마도 그 시간은
‘나는 뭐든 잘할 수 있다’고 믿던
내 어깨가 천천히 내려오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기가 세다고 불리던 나는 세상 밖에서 다시 신입이 되었다.


조금 웃기고,
조금 슬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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