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쪽으로

by 하하


'시선으로부터'를 읽으며 나는 심시선 여사의 유쾌한 발랄함이 좋았다.

그녀는 타인의 공격 앞에서 맞서 싸우기보다, 조용히 비켜서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상처를 견디는 쪽이 아니라, 상처의 궤도를 읽고 스스로를 피신시키는 쪽을 택하는 사람. 그 선택은 나약함이 아니라 오래 살아온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감각처럼 보였다.



나는 어릴때 할머니로부터 “참으면 복이 온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상처는 견뎌야 할 몫이었고, 침묵은 미덕에 가까웠다. 그래서 문득 생각했다. 내 곁에 그런 할머니 대신, 세상의 공격성을 예민하게 감지하며 자신을 지키는 법을 가르쳐준 시선 할머니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심시선 여사는 고통을 모른 척하지 않는다. 다만 그 고통이 자신을 규정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한 발 물러서는 선택, 관계를 조용히 내려놓는 용기,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아끼는 태도. 그 모든 것이 그녀를 발랄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은근히 바라게 된다.


언젠가 나도, 상처 앞에서 단단해지는 대신

조용히 비켜설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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