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마음을 다독이고, 붓으로 시간을 붙들다

햇살 좋은 작업실에서

by 하하

선생님의 작업실에는 햇살이 참 좋다.
운동을 다녀오느라 시간이 빠듯해, 양말을 손에 쥔 채 급하게 도착했다.
귀한 보이생차를 원샷으로 마시고서야 비로소 숨을 고른다.

오늘은 지난번 스케치해 두었던 토마토에 색을 입힌다.
고운 빨간 분채를 갈아 올리고, 이어 노란 분채로 붉은 기를 눌러준다.
장지 위에 목탄으로 스케치한 선을 따라 먹을 입히고,
곱게 빻은 분채를 옅은 층으로 수십 번 쌓아 올리며 색을 우려내는,

그래서 시간이 필요한 작업.

농담을 조절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지만,
색을 올릴 때마다 깊어지는 변화가
마치 내 정성을 알아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된다.
차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붓으로 잡생각을 붙드는 이 시간.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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