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옆 관찰일기
2월 차회에 다녀왔다.
차회를 여는 사람을 ‘팽주’라 하는데, 이번 팽주님은 작년 무이산에 다녀오시며 귀한 차를 한가득 품어오셨다 했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이미 내 일정표엔 동그라미가 쳐졌다.
@시음리스트
혜원갱 수선
수공 백계관
마두암 육계
류향간 육계
동목촌 고산 금준미
동목촌 마속 야생 정산소종
내가 좋아하는 무이암차에, 동목촌 홍차까지.
찻잔에 코를 묻는 순간, 바위의 결이 살아 있는 향과 단단한 단맛이 번진다. 직접 찍어온 무이산의 생태 사진을 보며 마시니, 차향 사이로 대륙의 공기가 스며드는 기분이다. 예쁘게 차려진 다식까지 더해지니 눈과 입이 동시에 호강한다.
작년부터 시간 맞을 때마다 들락거리다 보니, 이제는 인사 나누는 얼굴도 생겼다. 처음엔 찻잔보다 어색함을 더 꽉 쥐고 앉아 있었는데, 요즘의 나는 슬쩍 사람들을 관찰하며 혼자 씨익 웃는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관찰하기를 즐긴다.
빈약한 경험 데이터로 속단했다가, 그 촉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면 괜히 대나무라도 꽂고 점집을 차려야 하나 싶어 방정을 떤다. 반대로 첫인상이 별로라며 마음속에서 ‘제껴’ 두었던 사람에게 반전의 매력을 발견하는 날이면, 나의 경망스러움을 조용히 반성한다. 사람은 늘 예상을 비껴가니까.
이번 차회에서도 한 분이 내 레이더망에 들어왔다.
나는 지금 그분을 조용히 관찰 중이다.
아직은 내 촉이 맞는 듯하다. 하지만 사람은 언제 다른 면을 꺼내 보일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분의 말 한마디와 잔을 드는 손끝까지 은근히 집중하게 된다.
차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회에 가고, 향을 맡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조금 민망해진다.
내가 기다린 건 차향이 아니라
그 향 너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차를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마시러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