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에 터진 것들
패키지여행의 마지막 날이 으레 그렇듯, 제일 좋은 숙소와 음식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와인에 고기까지 배부르게 먹고, 오락실에서 인형 하나 뽑겠다고 기계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보니 하루가 술술 풀린다.
터진 건 지갑이었고, 웃음이었다.
“다 늙어 무슨 수영이야. 난 잠이나 자야겠다.”
그렇게 말하던 엄마를 앞세워 우리는 수영장으로 고고.
이 나이에 옷 다 벗는 건 싫다던 엄마의 수영복이 웬걸, 제일 화려하고 과감하다.
여기서 한 번 더 터진다.
막상 물에 들어가자 엄마는 돌변했다.
쏟아지는 별 아래서 개헤엄 삼매경,
시시한 분수쇼에도 눈은 반짝, 박수는 정확한 타이밍에 짝짝.
리액션이 터지고, 감탄이 터진다.
오늘 밤 폭탄 해결자는 나다.
엄마랑 단둘이 잔 게 대체 언제였더라.
불면증 있다던 엄마는 침대에 눕자마자
“피곤하지만 기분은 좋다”를 남기고 곧장 코골이.
여기서는 웃음 대신 코가 터진다.
그리고 아침.
눈 뜨자마자 “온천 가자!”며 전원 기상.
투덜거릴 법도 한데, 그 누구 하나 마다하지 않는다.
체력은 이미 포기했지만, 마음은 또 한 번 터진다.
우리는 이미 폭탄에 길들여져 있었고,
마지막 날에 와서야 알았다.
진짜 터진 건 감정도, 사건도 아니라
엄마와 함께 웃고 있는 이 순간이라는 걸.
폭탄이 몇 번 터졌지만, 그 모든 순간 덕분에 일본에서의 3박 4일은 더없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