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마음을 먼저 받는다
작년 곡우 무렵, 야외 찻자리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인상을 잔뜩 쓴 얼굴, 불편한 기색을 굳이 감추지 않는 표정.
낯가림이 심한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자기만의 거리를 단단히 두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 역시 수줍음이 많은 편이라 그런 기류를 금세 알아챈다.
나는 어색함을 농담으로 흘려보내지만, 그녀는 찡그림으로 버티는 사람 같았다.
두 번째 만남은 박물관에서였다.
그녀는 삶은 계란을 곱게 싸 와서는, 일이 있어 먼저 간다며 사물함에 넣어두었다는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말 대신 건네는 방식이 좋았다.
요란하지 않지만 빠뜨리지 않는 마음.
드러내지 않아 더 깊어 보이는 배려.
그 조용한 섬세함이 오래 남았다.
사실 나는 계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먹어도 흰자만 겨우 집어 먹는 편식 가다.
그런데도 그녀는 내가 삶은 계란을 좋아하는 줄 안다.
오늘도 그녀는 계란을 한가득 삶아
내 손에 쥐여 준다.
나는 노른자를 남기는 사람이고,
그녀는 마음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도
계란보다 마음을 먼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