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은 오래 버틴 시간에서 온다

스물다섯의 고민, 그리고 나의 20대

by 하하

아들과의 통화가 막 끝났다.
1시간 반 동안 귀에 붙어 있던 핸드폰이 뜨끈하다.
전화는 끊겼는데, 생각은 끊기지 않는다.

시간대가 다르다 보니 나는 잠들어야 할 시간이고, 아들은 이제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

스물다섯,

대학 졸업을 앞둔 아들의 고민이 내 머리맡에 함께 누워버렸기 때문이다.


가슴 뛰는 일을 하며

보람도 느끼고 돈도 벌고

그 일이 나를 성장시키기까지 한다면

그건 분명 큰 복일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덕업일치쯤 되는 인생.

하지만 그런 일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누군가는 스무 살에 만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마흔이 넘어 발견하기도 하며

어떤 사람은 평생 만나지 못하기도 한다.


아들의 고민을 들으며 문득 나의 20대가 떠올랐다.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며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지금 생각하면 조금 귀여운 패기였지만

그때는 꽤 심각한 자존심 문제였다.

괜히 세상이 나를 몰라주는 것 같고

괜히 나만 뒤처진 것 같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내 시간을 아무렇게나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버텼다.


그때의 나는 특별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평범해 보이던 그 일이

더 평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조금 이상한 일이 생겼다.

오래 하다 보니 평범해 보이던 일이 조금씩 특별해졌고, 아주 오래 하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이 제법 그럴듯해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일이 대단해진 것이 아니라

그 일을 오래 붙잡고 있던 사람이

조금 단단해진 것뿐이었을지도 모른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특별함은 처음부터 반짝이지 않는다.

평범한 시간이 오래 쌓여 어느 날 문득 빛나기도 한다.


그 시간을 지나던 때에는 놓친 것들만 보여 조바심이 났고 괜히 내가 미련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알겠다.

내가 그 일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이 나를 붙잡고 키우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 아들의 고민을 들으며 생각한다.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어쩌면 그 시간들이

나중에 가장 반짝이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니까.


새벽 5시, 잠은 여전히 오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아들, 화이팅.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 통화는

아들을 위한 상담이 아니라

나의 20대를 다시 이해하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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