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란 사람?

by 하하

나는 늘 밝은 사람이다. 신비롭고 차분한 사람을 동경하지만, 성격은 급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잘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잘 웃고, 떠들고, 분주하게 움직이며 스스로를 감추기에 바쁘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활기차고 가벼운 사람이라 여기지만 가까이 다가온 이들은 알게 된다. 내 안엔 생각보다 조용한 마음이, 말보다 묵직한 감성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그 뿌리는 그리움이고 시작은 아주 오래전 진양군 일반성면 가선리에서 시작되었다.

마을회관 앞 저녁노을이 깔리던 시간, 큰 나무 둥지 위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던 작은 아이는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을 삼켰고 붉게 물든 하늘을 보며 처음으로 그리움을 조용히 마주했다. 그리움은 어느새 서러움이 되었고, 시간이 흐르며 애틋함으로 바뀌었다. 말로 다 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마음 안에서 자리 잡았고, 삶을 견디는 힘이 되었다.

키가 자라며 같이 자라는 감정들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외면하지도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때론 아팠고, 때론 위로가 되었지만, 감정은 언제나 나를 진짜 나답게 만들어 주었다.

삶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렀고 나는 그 안에서 흔들리며 조금씩 성장 중이다.

그 흔들림 속에서 부단히 쓰고, 멈추고, 다시 생각한다. 이 글을 통해 무엇을 완성하려 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떤 결론이나 대단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여정의 끝에서 내 안을 더 정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밖을 바라보는 자는 꿈을 꾸고, 안을 들여다보는 자는 깨어난다고 했다.

나는 이제, 조금 더 단단해지고 싶다.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리움을 밀어내지 않고, 조용히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싶다.

조금 더 차분하게,

조금 더 담담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가고 싶다.

지금의 나를 만든 모든 순간들, 모든 감정들에 고마움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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