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공백 끝에, 여전히 그 자리에 있던 목소리

몸이 먼저 기억한 밤

by 하하


토요일 밤, 광화문은 유난히 시끄러웠다.
어디선가 터져 나오는 함성은 방탄소년단을 향해 있었고, 그 열기 사이를 지나 나는 잠실로 향했다.
조금 다른 시간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선 김건모.
‘재기’라는 단어 하나로는 다 담기지 않는 시간 끝에서, 그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되었다.
나의 20대를 통과해 온 노래들.
익숙한 멜로디가 흐르자, 그 시절의 공기와 얼굴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기억은 늘 그렇듯, 노래를 타고 가장 먼저 도착한다.


게스트로 등장한 이서환 배우의 ‘오르막길’에서는
그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묘하게 겹쳐졌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저 흘러가듯 눈물이 났다.
아마도 우리는 각자의 오르막을 지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노래는 사람을 울리고,
어떤 노래는 생각보다 먼저 몸을 움직이게 한다.


‘잘못된 만남’의 전주가 흐르자
감정보다 먼저 반응한 건 몸이었다.
머리로 기억하기도 전에, 이미 리듬을 알고 있었다.


그날 밤은 묘하게 따뜻했다.
좋은 사람들, 좋은 기운,
그리고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전해지던 진심 덕분이었을 것이다.
시간은 분명 많이 흘렀는데,
어떤 목소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 밤은 과거를 떠올리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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