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파편화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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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프로젝트를 하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프로젝트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log를 쓴다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어떤 것에서 question이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진행했는지
등등을 글로 적어 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오늘 진행 중인 log에 대해 교수님과 그룹별 면담시간이 있었다.
Athur는 프랑스인 친구다
이 친구는 핸드라이팅 수기로 log를 완성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프로젝트 글을 써야 한다고 들었을 때 바로 인디자인부터 켰는데.. 이 친구의 draft는 손으로 직접 쓴 에세이, 스케치들을 엮어서 왔더라
교수님이 아서에게
“맞아, 프랑스에서는 수기로 쓰는 것을 아주 중요시하지? 그것으로 토론도 하고, 어릴 적부터 수기 작성에 대해 많이 중요시하더라 “
라고 말씀하셨다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는 글
타이핑으로 쳐서 내려가는 글
둘은 느낌이 참 다르다
나도 이곳에 와서 항상 노트를 들고 다니게 되었다
여기 친구들은 수업시간에 항상 노트를 들고 다니며 무엇을 적는다.
한국에 있을 땐 휴대폰 메모장을 켜서 적거나
카카오톡 내게 보내기를 통해 짧은 정보를 빨리 저장하는 것에 익숙했다.
이곳에 와서 나도 노트 한 권을 샀다.
그리고 매 수업시간, 워크숍등에 가지고 다니며
교수님들이 하는 말, 친구들이 하는 프로젝트들,
영감이 되는 이야기들을 적는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두 달 가까이하면서
한 권을 다 쓸 것 같다.
이렇게 길게 길게 손으로 내 작업에 대해 적어본 적이 없었다. 컴퓨터로 블로그나, 피피티에 설명등을 적는 것도 꽤 긴 글들이었지만
손필기로 찬찬히 꾹꾹 눌러 적어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한 프로젝트에 많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나 싶기도 했다.
이번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노트 한 권은 다 써버릴 것 같은데.. 그 안에는 정말 많은 생각들과, 바뀌어가는 흔적들이 아주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금껏 이렇게 까지 생각을 많이 하고 프로젝트를 했었나? 싶은 반성도 되었고
이렇게 저장해놓지 않아서 다 날아간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포스트잇어플, 노션, 피그마 등등으로
짧고 간결한 단어단어들로 생각을 전개해 나갔었다
매일 들고 다니며 길게 적어 버릇 하니
생각도 정리가 참 잘된다
컴퓨터에 적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노트에 줄글로 천천히 적으며 생각을 펼치고
컴퓨터에 피피티를 만들며 기호와 이미지 등을 통하여 생각을 정리한다.
스웨덴에 와서 좋아진 나의 행동 중 하나는
펜과 종이에 많은 것들을 담고 저장하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컴퓨터로 타이핑하는 것은 빠른 시간 내에 휘몰아치는 머릿속 생각들을 캡처하기 좋다.
하지만 너무 이 방법에만 치우쳐있던 과거의 내가 아닌가 싶다.
종이에 적으면서 좋았던 점은
아이러니 하게도 느린 속도이다.
느린 속도 때문에 내 머릿속 생각들을 놓쳐버리진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지긋히 잡고 꾹꾹 눌러 담을 수 있었다. 나는 새삼 잊고 있던 ‘손으로 적는 일’을 다시 경험하고 앞으로도 이 방법을 아주 애용할 것 같다.
일부로 줄이 있는 노트를 사용한다.
생각이 파편화되지 않게
줄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주어
느리지만 꾹꾹 담아볼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