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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예인 Nov 07. 2023

감각의 디자인

짜임새 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뜨개질을 해봐

오늘 Artistic Essay를 쓰는 법에 대한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아주 간단한 활동을 통해 글쓰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 스웨덴에서 디자인 대학원 수업을 듣고 있다. 대학원 수업인 만큼 글쓰기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된다. 오늘은 전문적인 논문글쓰기기가 아닌 그전단계, Artistic Essay 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교수님은 한 명 한 명에게

Essay가 자신의 국적과 배경 안에서

언어로 무엇을 말하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에세이 하면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개인적인

문체의 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친구들은

모두 다르게 에세이를 이해하고 있었다.

어느 친구는 에세이를 좀 더 학구적인 글, 전문적인 리서치 글을 명칭 할 때 쓰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일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에세이라는 글이 나라 별로, 사람들 별로 다르게 정의하고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교수님은 오늘

Artistic Essay를 쓰기 위한 도구를

만들 것이라고 하셨다.  도구? 무슨 도구?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도구를 만든다고?


흥미로웠다.


나는 혼자 생각했다.  글을 쓰기 위한 도구라면

글의 서론 본론 결론을 이끌어 가는 퍼즐 같은 도구를 만들까? 글의 근거를 효과적으로 모으기 위한 맵핑 보드를 천조각등을 이용해서 만들어 볼까?


이미 스웨덴의 디자인 수업을 몇 개월 간 들어보면서

메테리얼을 활용해 아이데이션을 하고 자유롭게 끌여들이는 방식에 잘 적응한 나는 이런 생각들을 머릿속에 붕붕 뛰어놀았다.




.

오늘 교수님이 준비하신 도구는 바로

글짜임새 도구였다



각각의 실이 의미하는 것은

Yellow : experience

Blue : eagle eye

Pink : all is wind

Green : perspective

Red : library




이렇게 각각 글쓰기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색깔의 털실들로 구분해 놓으셨다










우리는 이 털실들을 땋기 시작했다.

글의 짜임새를 손의 감각으로 느껴보고

눈으로 직접 보는 작업이다.

정말 간단해 보이지만 글쓰기의 짜임새를

손으로 감각하는 경험이라.. 엄청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렇게 짜인 털실을 보고 있으니

나의 글도 다채로운 색으로 짜인 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났다.

실을 하나하나 짜가며 만든 매듭들처럼


글의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들이

서로 짜임새 있게 연결되는 그런 글.






그다음 활동으로는

저번주에 필드트립으로 다녀온

mariestad에 대한 글을 각자 써보고

5개 의 색깔 중 3가지 색을 골라

택스트를 나누는 작업이었다.  

그렇게 쓰인 글은 교수님에게 보내면,

교수님이 우리 15명의 글들을 한 곳에 모았다


같은 곳에 가서 같은 시간을 보낸 우리는

서로 다른 관점과 경험들을 얻었고

그렇게 쓰인 글이 하나로 모여 하나의

Artistic essay가 되었다.




저 글에서  I(나)는

많은 사람들을 대변한다.

15명의 이야기가 하나의 글로

완성된 것을 읽고 있으니

서로 다양한 색의 털실들을 사용한 글을 읽고 있으니

신기했다


꽤나 다채롭고 짜임새 있는 글이었다

사실 여러 사람이 쓴 글을 모아 짜집기 하면

참 이상한 글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이렇게 워크숍이 끝이 났다.

이번 워크숍에서

나는


한번 더 메터리얼의 감각이

우리의 생각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글쓰기 강의를 생각해 보면  

그냥

“에세이를 쓸 때는 자신의 경험, 관점, 레퍼런스 등을 적절히 섞어 짜임새 있을 글을 써야 해요”

라는 렉쳐 형식의 강의가 생각난다.


하지만 오늘

나는 털실들을 직접 짜고 손으로 감각하며

짜임새를 시각화해보았다.



이는 작지만 큰 변화를 일으킨다.

평소 글쓰기란 머릿속에 생각을

손으로 적거나

타이핑을 두드리는

 직선 움직임 감각만이

사용된다.


하지만 우리는 얽히고 얽히는

매듭이 지어지고 늘어지는

그런 글을 써야 한다.


그 움직임의 감각을

우리는 글을 쓸 때 경험하지 못한다.





오늘 한 워크숍은 글쓰기 워크숍이었지만

나는 이것이 디자인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생각하고 그것을 만들어낼 때,

필요한 움직임을 실제로 구현하고 감각하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짜임새 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짜임새의 감각을 경험하게 하고


복잡한 이슈를 풀어내고 싶다면

풀어내는 감각을 경험하게 하고


소통의 장소를 디자인하고 싶다면

소통의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움직임을 생각해 본다.



결국 감각이다

움직임으로 느껴지는 감각들은

우리의 몸에, 세포에 훨씬 더 와닿는다.


내가 performative participatory design을 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경험의 감각으로

움직임의 감각으로

이슈를 들여다보고 풀어보고

다시 짜보는

그런 프로세스를 지향한다.


컴퓨터 앞에서 앉아서

유저 리서치를 하고

글로 된 혹은 이미지로 된 그 리서치 결과를

바탕으로 그려낸 랜더링 그림에는

결코 감각의 경험이 없다


움직임을 통해

참여를 통해

상황자체를 매듭지어가는

그런 디자인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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