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Chapter 0, Between In and over>, Mixed Media on Preserved Paper,2024
무엇이 보이는지 그림의 한 모퉁이에서 시작된 시선은 움직임을 따라 더듬더듬 공간을 읽어가며, 경계를 가로질러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혹은 그를 맞서고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나아간다.
여러 사람들인가? 이들은 군중인가? 아 혹은 한 명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글쓰기인가?
어쩌면 한 명이었을지 모르는 저 사람의 발걸음을 따라 눈도 마음도 몸도 움직인다. 그린이도, 보는 이도, 그림 속 그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하나의 허구일지도 진실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뭉쳐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하고, 펼쳐 회화작업을 하기도 한다. '경계를 가로질러, 떠듬떠듬'이라는 문장에 따라, 펼쳐낸 이야기들을 더듬어가고 읽어내며 나아가는 그 둔하고도 굼뜬 움직임들에 집중하고자 한다.
나는 기억의 모호함과 왜곡, 그리고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서사에 주목한다. 현대는 기억을 저장으로 대체하며 단편화된 기억법을 만들어냈지만, 나는 기억 속 움직임과 흔적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탐구한다. 부동의 공간은 아니마적인 떨림과 동선을 통해 살아 움직이며, 사람들의 행위가 그리는 자국은 공간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움직임은 사방으로 팽창하고 수축하며 공간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움직임을 시간의 층위로 쌓아가는 애니메이션적 접근을 회화에 접목하여 시간의 궤적을 공간의 확장성으로 표현한다. 나는 이를 인체의 움직임인 **크래오그라피(Choreography)**적 방법론으로 기록하며, 공간과 신체가 함께 그려내는 **바디스케이프(Bodyscape)**를 구축한다. 나는 인간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기억의 진화와 퇴보, 진실과 허구가 얽힌 가능성의 서사를 애니메이션과 회화로 뭉치고 펼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