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리더의 피드백이 주는 영향

<시니어 다이어리 in 판교> 시리즈

by 오네시보로

차상위 리더와의 위클리, 그리고 깨달음

우리 조직원들은 위클리만 끝나면 조직장을 빼고 티타임을 갖는다.

누구도 그날의 위클리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리더가 휴가로 부재 중일 때, 차상위 리더가 위클리에 참여한다. 그리고 차상위 리더와 위클리를 했을 때, 모두가 감탄했다.

그 위클리에서 차상위 리더의 아이디어와 제안은 너무나 탁월했고,

각 실무자들의 업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차이는 의사결정 권한이 아니었다

차상위 리더니까 의사결정 권한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다. 차상위 리더는 그 위클리에서 "결정"해주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각 실무자들의 위클리를 통해 각 업무의 배경과 진행 상황을 주의 깊게 들었고,

본인의 실무 시절 경험과 지금 큰 조직의 방향을 기반으로 실무자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본인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데, 실무자들도 미처 생각지 못한 수준의 아이디어였다.

모두가 "아! 역시 리더는 다르구나"라며 입을 모았다.


명확한 피드백

차상위 리더의 피드백은 명확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위클리 현황에 대해 "Yes"만 외친 것은 아니었다.

가령, 내가 진행하고 있는 데이터 시각화 대시보드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대시보드 작업을 하다 보니 수정사항이 생겼고, 이 수정사항 때문에 일정에 조금 변경이 필요하다는 나의 발언에,

"그 부분은 크리티컬하지 않으니, 일단은 지금 상태로 오픈하고 다음 버전으로 수정 배포하는 걸로 하시죠."

라고 명확한 피드백을 해주었다.


이 부분이 크리티컬하지 않다는 것은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었고, 그저 완성도를 조금 더 높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차상위 리더 입장에서는 시간을 지연시킬 만큼 크리티컬하지 않으니 일단 오픈하자는 결정을 해준 것이다.


고민 없이, 너무 가벼운 리더의 피드백

연말이 되면 어느 회사나 그렇듯, 리더와 면담을 갖는다.

올해 나의 업무에 대해서, 그리고 내년의 업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해에 나는 내 리더와 다소 깊은 감정의 골이 생겼다. 역시나 내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상태로 무리한 피드백을 주었고, 이 피드백을 수용하지 못하고 다소 감정적인 면담이 되었던 것이다.


왜 감정적인 면담이 되었는가

내가 그해의 프로젝트 완성도를 높이고 데이터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리더는 알지 못했다.

나는 사무실에서 퇴근하고도 집에 가서 아이들을 재우고, 새벽까지 일을 하면서도 근무시간을 올리지 못했다. 집에서 하는 일은 업무로 인정되지 않았으니까.

주말에도 아이들이 자는 시간이면 나는 어김없이 일을 했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리더의 매주 뒤바뀌는 피드백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라고 했다가, 저렇게 하라고 했다가.

심지어 "그럼 리더가 원하시는 방향은 무엇이냐"고 하면 본인이 원하시는 바는 딱히 없었다.

명확한 피드백이 아닌, "감정" 기반의 "좋다 / 아니다" 뿐이었다.

그렇게 "부정 피드백"에 맞추어 수정하다보면, 왜 일정이 지연되느냐며 또 면박을 준다.


그리고 그해 면담 때,

리더는 나의 노력에 대한 언급은 없이 "일정이 너무 지연되어 아쉽다"는 피드백만 주었다.

나는 일정이 지연된 사유에 대해 위클리 때 늘 설명을 했지만 리더는 기억하지 못했다.


놀랍지 않은 것은, 이전에도 이야기 했듯 우리 리더는 어떤 내용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리더의 헛발질 피드백의 주된 원인 중 하나이다.


리더는 내가 자신의 피드백에 수긍하지 못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고,

나는 내 노력을 알아주지 못하고 너무 가볍고 단편적인 피드백으로 끝나는 이 시간이 너무 아쉬웠다.


리더를 존중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해에 우리가 바라보았던 리더의 모습은 아쉬움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의욕을 꺾는 리더의 피드백 & 회사가 원하는 "동기부여"

내가 입사할 때, 회사의 소개 페이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몰입, 동기부여"였다.

그리고 차상위 리더와의 면담 때 꼭 등장하는 단어도 "동기부여"였다.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동기부여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이것이 차상위 리더의 피드백이었다.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스스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찾아서 일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마음을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의 리더는, 헛발질 피드백의 반복과 고민 없는 회의 참여로 조직원들의 의욕을 자주 부러뜨렸다.


내로남불 스타일의 리더

무엇보다 리더는 "스스로에게만 관대한 리더"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내로남불 스타일이었다.

가령, 조직원들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가능하면 휴가를 붙여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은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동시에 휴가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휴가는 최소한 일주일 전에는 공유하라."

하지만 리더는 한 번도 이것을 지킨 적이 없다.


휴가를 붙여서 썼고,

갑자기 다음 날 휴가를 쓰겠다고 공지를 하고,

차상위 리더도 없는 상황에 휴가 또는 부재 상황을 만들며 "최상위 리더"에게 결재를 받도록 했다.


이런 모습으로 조직원들을 통제하려고 하니, 조직원들은 늘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조직원들의 프로젝트에 가볍게 피드백을 하다 보니, 피드백이 제대로 수용되기보다는 의욕을 꺾어버리는 편에 가까웠다.


놀라운 점은, 자신의 피드백으로 조직원들이 시무룩해지면, 자신이 "잘 혼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리더로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혼나는 것은 너무나 괜찮다. 슬픈 것은 성장할 수 없는 환경에 있다는 것이다.


(다음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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