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다이어리 in 판교> 시리즈
나는 어떠한가?
이전 이야기까지는 리더에 대한 나의 기대치를 나누었다.
리더는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람이다.
그의 영향에 따라 나의 생산성이 달라지고 조직의 생산성이 달라진다.
그럼 리더가 바라보는 "나"는 어때야 할까?
내가 없어도 굴러가는 회사
오래 다닌 직장인들이 한 번 쯤은 꼭 하는 얘기다.
내가 이직을 하든, 퇴사를 하든, 장기휴가를 쓰든,
"내가 없어도 회사는 굴러간다."
그저 내 일을 대신 할 누군가가 조금 더 피곤해지고 귀찮아지고 힘들어질 뿐이다.
나는 회사에서 대단한 존재가 아닐 수 있다.
어쩌면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라고 단언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수 백 명의 직원을 고용할 규모의 회사에서,
직원 한 두 명 없다고 일이 멈춰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이 회사는 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회사에서 나의 중요성은 부각되기 어렵고,
나이 들어가는 실무자 입장에서 1인분 이상을 하지 못 하면,
언젠가 구조조정이 일어날 때 가장 먼저 리스트에 적힐 터이다.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요즘 핫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를 제대로 챙겨 보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는 이미 "김 부장" 이라는 대명사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대충 쇼츠로 작성된 영상들을 몇 봤는데, 상당히 감정이입이 되는 캐릭터였다.
그나마 저 김 부장은, "정통 대기업 스타일에서 부장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서울에 자가도 있는" 사람이다.
나는 "정통 대기업도 아니고, 부장이라는 직책도 없는 회사구조에, 서울에 자가도 없는" 사람이다.
거기에 먹여 살릴 어린이가 두 명이 있다.
매일 출근해서 동료들과 하는 이야기는, 모두가 똑같다.
"우리 회사 정년은 몇 살일까?"
"우린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여기 그만두면 이제 뭐 하고 사나?"
우리 모두는 회사에서 중요한 인적자원이 아니고,
경제가 안 좋은 요즘, 회사가 언제까지 잘 버틸 수 있을지 알지 못 하고,
공무원이 아니다보니 정년 보장이 불투명하다.
그래서 모두가 같은 방향의 고민을 할 뿐이다.
우리 모두가 "(어쩌다) 대기업에 다니는 서울에 자가 없는 김 부장" 이었다.
성장 없는 회사, 성장 없는 리더, 성장 없는 조직, 성장 없는 나
AI 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지금,
눈만 뜨면 새로운 버전의 AI 들이 경쟁하듯 튀어나오고 있다.
회사에서는 AI 를 잘 다루는 능력을 요구하게 된다.
우리의 보고자료에도 "AI 묻히기" 가 대세이다.
공직사회의 보고서에 자주 등장하는 "글로벌, 세계화, 선진" 과 같은 추상적인 단어가
이 곳에서는 AI가 된 것 같다.
우리 회사는 (경쟁사 라고 말하는) 어떤 회사에 비해 성장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무언가 시도를 하는 것 같지만 회사조차 헛발질이 다수이고, 매출의 급감이 이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속한 조직은 운영과 관련된 조직이다보니, 회사에서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조직에 대한 회사의 KPI가 명확하지 않고
KPI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리더 역시 "엄청 열심히 할" 의지가 없다.
이는 우리 조직의 "고인 물"과 같은 형태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모두가 제 자리를 잘 지키고 있을 뿐이고
모두가 열심히 1인분을 하고 있을 뿐이다.
AI는 사회를 빠르게 바꿔놓고 있고
우리는 고여 있는 상황에
회사는 성층권에서 내려오기 시작하고 있다.
"내"가 성장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나의 성장이 더딤을 회사 탓도, 조직 탓도, 리더 탓도 할 수 없다.
회사는 내가 필요 없으면 사용하지 않을 "사용자"이다.
회사에서 나를 자른다고, 내 동료들이, 내 리더가 나를 대신해 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