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따 잡을 수가 없어

4장 빚이 젤 무서워… 생계부양자로 뛰어들다

by 이수영

느그 할아버지 그 일 있고 나서부터 내가 우울증이 왔던 것 같아. 그때 할아버지는 꼼짝을 못 하고 있고, 내가 움직여야 생활을 할 수 있었으니까. 우울증인지 뭣인지도 모르고 살았어. 밤에 눈 딱 감아 보도 않은 채 아침에 일어나서 일허러 가고…. 잠도 안 와. 너무나 뜻밖의 일을 당해버리니까 마음을 정처를 어따가 잡을 수가 없었어. 친정에서고 시댁에서고 배고픔은 모르고 살았는디, 갑자기 이런 일이 나버리니까 엄청 막막했제. 10년도 넘게 밤에 겨우 세 시간 자고 살았지.


할아버지는 그 뒤로 절대 어디를 안 나가버리시더라. 뭣을 할라고 전혀 안 해. 마음에 혈안이(기운이) 떨어져 분 것 같더라고. 그때 내 느낌에 왠지 할아버지가 곧 죽을 것만 같았어. 근께 내가 일하다가도 전화를 해 보지. 그러다 전화를 받으면 할아버지가 안 죽고 살아 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돼갖고 그날 일이 즐겁기까지 했어.


우리 둘이 죽잔 말까지 했었어. 글지만 자식들이 있으니까…. 그래서 할아버지한테 한 번은 그랬어. “세월이 가면 언젠가는 해결이 되지 않겠소. 당신 없으면 나는 못 산께 딴 맘먹지 말고 살아봅시다” 그랬어. 근데 할아버지가 뭐이라 한 줄 아냐? “가서 빨리 밥이나 차려와” 그래. 대답이 그렇게 나와서 쓰겄냐.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냈는디 세상에 그런 말이 나오냐…….


할아버지가 집에만 갇혀 풀 죽은 사람처럼 있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기도 그런 거야. “에말이요(여보세요), 당신이 일을 해야 마음이 좀 잊어지겄소. 그러니까 일을 하시오” 하면서 할아버지한테 공공 근로 사업을 알려줬어. 그때부터 할아버지가 구청에서 하는 공공 근로 사업으로 아파트 경비를 몇 년 하게 된 거야.


근디 그 와중에도 제사 때 올 손이면 우리 집에 다 오네… 고모들, 시누들, 작은집 식구들 다 와. 어디서 쑥덕쑥덕 무슨 얘기만 해도 꼭 우리 말하는 것만 같고. 그게 제일 눈치 보이고 애로사항이었제. 할아버지가 그랬는디도 내가 죄인 같았어. 부부는 일심동체인디, 어쯔게 느그 할아버지한테만 책임을 다 떠넘기고 그러냐. 그게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