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 싶은 마음 안고 식당 찬모로

4장 빚이 젤 무서워… 생계부양자로 뛰어들다

by 이수영

살림이 그리 기울어지고 나서부턴 식당으로 나섰지. 송정리에 있는 큰 식당에 설거지하는 걸로 들어갔어. 거그서 몇 달 했더니 나보다 찬모(남의 집에 고용되어 주로 반찬 만드는 일을 맡아 하는 여자)를 허라 그래. 그래서 월급이 120만 원 정도로 팍 올라 부렀제. 거그서 상당히 오래 했어.


그 뒤로 우리 고모 딸이 일곡지구에서 대통밥 하는 식당을 차리게 돼서 거그서 또 찬모로 일했제. 식당도 엄청 큰 식당들로만 댕겨갖고, 솥도 큰 거 한나씩, 국도 큰 다라(대야)로 해서 한나씩 들고 다니고… 그렇게 새 빠지게 일하고 밤 10시에 집에 들어오면, 몸이 아주 천근만근 돼야. 그래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애들 밥 맥여서 학교 보내고, 나도 출근하고…….


어느날 하루는 내가 식당 주방장한테 뭘 물어보니까, "그런 소리 말고 얼른 하라"고 나한테 갑자기 반말을 해분 거야… 그 주방장이 느그 아빠하고 동갑인디, 그런 자슥 같은 사람한테 저런 말을 함부로 들으니까 너무나 서럽더라고.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되았을까 싶고…. 또 그날이 하필 친정 엄마 제사였거든. 내가 일하느라 제사도 못 가서 안 그래도 속상했는디, 이런 소릴 들으니 막 감당할 수 없이 눈물이 어찌나 쏟아졌던지.


난중에는(나중에는) 그 주방장이 죄송하다고 나한테 사과를 하면서 빌었어. 내가 이런 디다 발을 디뎌갖고 저런 말을 들은갑다 싶어서 그 순간엔 딱 죽어 불고자 했는디, (코를 훌쩍이며) 돌아서서 '아이고,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우리 자식들 어쩌라고' 함서 또 강하게 마음을 먹었지….


내 생전 마음에 먹어보도 않은 식당 일을 허기 시작한께, 처음에는 누가 알까 봐서 좀 챙피시러운 거야. 근데 어느 날 우리 식당으로 금정(시가 쪽 고향) 사람 내외가 밥을 먹으러 왔는디, 날 딱 보고는 아는 치를 해분 그야… 그때 얼굴이 얼마나 뜨구웠는지,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얼른 부엌으로 들어와부렀어.


KakaoTalk_20260313_230510397.png 구글 제미나이(Google Gemini) 생성 이미지


혹시 밖에 누구 또 아는 사람 있을까 봐 주방에서도 막 숨어서 일할 정도로 신경 쓰이고… ‘저 사람이 저렇게 살 사람이 아닌디 뭔 식당 일을 다 할까’ 그렇게 무시 볼 것 같았어. 그런데 그 뒤로 집안에 시아재 되신 분이 내가 거기서 일한다는 소릴 듣고 일부러 우리 식당으로 밥 먹으러 왔더라고. 이미 다 알고 왔는디 별 수 있겄어. 그래도 나중에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그때는 한 달에 두 번씩 쉬었어. 그렇게 거의 매일 나간께 하루에 5만 원씩, 월급으로 150만 원 받았지. 그 돈으로 우리가 산 거지. 지금은 그 돈 주고는 나 못 해.


그때 내가 60대 초반이었는디도 허리에 골병이 들드만. 지금은 70대는 돼야 허리가 아프지, 60대에는 그렇게 아픈 사람 없어. 그때 하루 종일 서서 음식 만들고 무거운 거 들고 댕기다 본께 서서히 나타나 분 것이지.


KakaoTalk_20260313_230158836.png 구글 제미나이(Google Gemini) 생성 이미지


또 중간에 잠깐 날일(하루 단위로 하여 치러 주는 품삯을 받고 하는 일)도 했었어. 식당에서 직접 배달 나가는 일이었는데, 하루는 쟁반을 이고 가본께 (기가 막힌 듯 손뼉을 짝 치며 헛웃음을 터뜨리며) 실내 경마장이야. 그런 데는 또 처음 가보는디, 남자들만 겁나 많아갖고 깜짝 놀래부렀어. 몸 둘 바를 몰랐제. 그런 데를 혼자 쟁반 이고 가니까 너무 창피하고, 자존심도 상하더라고.


아이고, 참 그때 알았어. 인생살이가 고치보덤 더 맵다더니, 세상에 내가 이런 일을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