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과 나 사이

<필사문장으로 나 들여다보기> 9.

by eend

#26일차 #김지아


#호밀밭_파수꾼 #홀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호밀밭의 파수꾼> P. 229 (2023년 필사...) - 번역 공경희


Q. 호밀밭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T. 아이들이 마구 뛰어놀 수 있는 곳, 아이들이 위험을 생각하지 않고 뛰어놀 수 있는 곳, 그런데 그 곳에서는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어른 한 명이면 족한 곳…그런 곳이 어디있을까? 아이들이 사는 곳에 절벽이 있을 수 있지만 그 곳에서도 아이들이 마음 껏 뛰어놀아도 되는 곳, 그러면서도 전혀 불안해 하지 않는 곳…그런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어린 꼬마 수천 명, 주위에 아무도 없고 - 그러니까 어른은 없고 - 나를 빼면. 그런데 나는 어떤 미친 절벽 가장자리에 서있어. 만일 꼬마들이 어디로 가는지 보지도 않고 마구 달리면 내가 어딘가에서 나가 꼬마를 붙잡는 거야. 그게 내가 온종일 하는 일이야. 나는 그냥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그런 노릇을 하는 거지. 나도 그게 미쳤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게 내가 진짜로 되고 싶은 유일한 거야. 나도 그게 미쳤다는 거 알아.

<호밀밭의 파수꾼> p.260(2026년 필사) -번역 정영묵


Q. 홀든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곳이었을까?

홀든이 살고 싶은 세상은 어떤 곳이었을까? 그가 가고 싶은 곳..그가 살고 싶은 곳은?

T. 그가 살고 싶은 곳은...

어린 아이가 뛰어노는 호밀밭에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했지만,

그렇게 뛰어 놀 수 있는 홀든이 먼저 되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어린 시절 본인이 그렇게 뛰어 놀 때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 막아줄 수 있는 어른 한 명,

호밀밭의 파수꾼 한 명이면 족했던 곳,

그런 곳에서 홀든은 마음 껏 뛰어놀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속에서 자란 홀든은 이제 호밀밭의 파수꾼,

아이들이 걱정없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곳을 지켜주는 어른이 되고 싶었나보다.

그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 지켜주는 파수꾼...


꼭 되고 싶은 거 한 가지, 그 한 가지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동생에게,

누군가가 들으면 미친 소리라고 할 지도 모른다고 하면서도

그렇게 자신이 정말 꿈꾸는 세상을 말하는 홀든의 모습이

학교를 나올 때의 홀든의 모습과 겹쳐지는 순간이다.


23년에 읽었을 때와 같은 대목에서 머물렀다.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을 마주하면서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만난다.

작가의 이전글문장과 나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