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에 고단함을 느낀 청춘의 넋두리
까치가 아주 얇은 나뭇가지 하나를 물고 날아간다.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빌라 옥탑에 있는 빈 안테나에 앉는다. 이제 비어있는 저 공간을 수천번의 날갯짓과 움직임으로 채워내야 한다. 나뭇가지가 너무 얇다. 둥지다운 모양새를 내려면 아주 오랜 인고의 시간이 들것이다. 난 상상만으로 막막함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까치는 입에 문 첫 나뭇가지를 아주 소중하게 귀한 손님처럼 대한다. 난 왜 고통스러운 시간이라고 생각했을까. 까치에게는 첫출발이 설렘일 수도 있다.
나에게도 얇디얇은 나뭇가지가 있다. 하나 옮기는 데도 쉽게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난달에는 2년 동안 살았던 집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예의를 지켰는데도 돌아오는 건 예의 없는 문자 하나. 짐을 하나하나 빼는데 이 방은 얼마나 비어있게 될까 두려움이 몰려왔다. 나는 절차상 필요하다는 내용증명을 보내러 우체국에 갔다. 주소 한 글자 한 글자를 열심히 눌러썼다. 제발 잘 도착했으면 하는 염원으로. 내용증명은 결국 수취인불명이 되었다. 불안함은 눈덩이처럼 커져 가장 비극적인 결말을 상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까치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날개가 휘어지도록 날아다니며 나뭇가지들을 옮겨다 놓아도 언제 무너져버릴지 모르는 불안함과 좌절감.
혹은 언젠가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둥지를 지어 따뜻한 잠을 청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려나.
둥지는 언젠가 지어진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둥지를 짓는 그 마음이다. 나뭇가지를 물고 오고 가는 하늘길을 사랑하는 것뿐이다. 길게 뻗은 날개의 깃털 사이로 부는 봄바람을 느끼며. 단단하고 부드러운 나뭇가지를 발견한 것에 즐거움을 느끼며.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나는 꼬리를 양껏 치켜들고 당당한 자태를 가진 까치에게서 인생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