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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 Nov 25. 2023

다시 뜨겁게, 스페인

스페인 여행기

어쩌면 3년 전, 휴학 신청서를 냈을 때부터 기다려온 여행의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나에게 스페인은 꿈의 나라처럼 마음속에서 찬란하게 빛이 나던 곳이었다. 왜 스페인이었을까.

뜨거운 태양 아래 나는 어떤 모습을 기대했었을까.

기억도 나지 않지만 두근거림으로 떠올려냈다.


바쁘게 일하던 시즌도 끝이 나고, 드디어 일주일간의 휴가를 받게 되었다. 휴가 소식과 동시에, 나는 스페인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혼자서 8일을 그것도 처음 가는 유럽 땅에서 무슨 생각을 품고 돌아오게 될까 궁금했다.


여행은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것을 보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 능력을 잘 알고 있어서 여행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생각들을 모두 기억한다.


혼자 중국 장가계 근처의 소도시를 여행할 때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인턴생활에 지쳐 떠난 강릉 작은 서핑샵에서는

나를 위로하는 법을 배웠다.


여행을 가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들이지만

그 평범한 생각들은 내 마음 아주 깊은 곳에 새겨져

나를 잃고 방황할 때 다시 나를 잡아준다.

그럴 때마다 내가 나를 도와주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이번 여행이 나에게는 꽤 중요했을지도 모른다. 바쁘게 살아온 지난날,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길목 위에 서서 나를 다시 봐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껏 살아온 내가 마음에 드는지

현재 나는 행복함을 느끼는지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혼자 여행하다 보면 내 생각에 귀 기울일 수 있어서 그 점이 참 좋다. 이번 여행은 특별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나는 여행으로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간들은 항상 나에게 평범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특별함을 찾을 수 있도록.


버스를 타고 먼 길을 가는 아저씨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할머니

잔디에 누워 책을 읽는 소녀


나는 평범함을 두려워하지만 가장 평범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산다.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정답은 없겠지만 정답과 가장 가까운 것은

감사하는 마음.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일상을 그리고 하루를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나는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대로인데 흘러가는 시간 때문에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많아지고 부담이 되었나 보다. 아직까지 진행형으로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이 많지만 내가 나를 잘 도와서 헤쳐나가야겠다.


그리고 여행 내내 나를 괴롭혔던 것은 발꿈치에 박힌 가시 하나였다. 일정상 많이 걸을 수밖에 없었는데, 가시까지 박혀 버려 고름이 차고 고통스러웠다.

단 하나의 작은 가시일 뿐이었는데.

나에게는 발에 박힌 가시처럼 나를 가두는 작은 생각 하나. 평생을 괴롭힐 것 같은 생각 하나가 있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를 작아지게 하는 생각이다.


언젠가는 고통스러워도

살을 찢기는 고통에 몸부림치더라도

그 가시를 꼭 빼내야겠다.


모든 마음을 다 적을 순 없지만

스페인, 식어버린 내 인생에 다시 햇살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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