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작은 마을 도예공방에서
내가 가려고 했던 작은 도예공방은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하는 긴긴 걸음이 필요한 곳이었다. 그곳이 제주도임을 알려주는 것은 스마트폰 속 지도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렵게 도착한 작은 마을의 공방은 따뜻하게 구워지고 있는 흙냄새로 가득했다. 손님이 찾아올 리 없는 고요한 공방에서 도자기를 빚으면서 문득 공방 주인아저씨가 왜 제주도를 선택했는지 궁금해졌다.
제주생활 26년 차, 바람 때문에 못 살겠다는 공방 주인아저씨의 불평에 도민 어르신이 하셨던 한 마디.
“바람이 없으면 제주겠어요.”
그래. 바람이 없으면 제주도가 아니다.
제주도의 바람처럼 나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가장 ‘나다운 것’이다.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남들은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 비밀스러운 감정들은 나를 두렵게 했다.
언젠가 한 번은 아주 오래 전의 감정까지도 방금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잠깐 지나간 바람처럼 가벼운 감정까지도 마음 깊이 향이 배어버린다. 남들도 나처럼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줄 알았다. 갑자기 물밀 듯이 떠밀려오는 감정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확실한 것은 나는 남들보다 더 자주 파도치는 마음을 달래주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내 모습을 모른 척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래 한 톨보다 작은 마음까지도 놓치지 않고 적어 보려 한다. 어쩌면 도자기처럼 소중하게 보듬어줬어야 했던 내 어린 마음들을 위로해주려고 한다.
나는 내가 감정적인 사람인 것이 싫었다.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해서 숨기려고 애썼다. 하지만 제주도의 작은 도예 공방에서의 대화는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을 멈추게 했다. 나는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다. 그냥 잘 보듬어주면 된다. 나를 더 행복하게 할 것이다.
손가락 하나가 잠시 외출 나가
외로워 보이던 빈자리
흙으로 정성으로
빈 곳 메우고 나니 꽉 차보이던 그의 인생
뜨거운 가마 속 익어가는 도자기들처럼
견디기 힘든 온도에 자신을 얼마나 구워냈을까
견디고 견디어 깨어져버리지 않고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다는 건
오랜 세월 그는
흙처럼 단단함으로 살았다는 것
그는 도자기에
그의 인생과
바람이 담겨있다
나도 도자기에
나의 인생과
그 순간을 함께 넣어 빚었다
다시 뜨거운 가마에 들어가겠지만
반드시 이겨내리라
다시 깨어져 흙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반드시 이겨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