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중앙시장 잔치역에서
요즘 들어 혼자 일을 다니는 일이 많다.
다니는 거야 상관이 없는데, 아니 짐을 죄다 들고 다녀야 하니 그건 힘이 든다.
여튼 혼자 다니면 신경을 써야 할 것도 많고 이래저래 힘이 든다.
일을 마치고 대전역으로 왔는데
한 시간 여가 남았다.
점심에 잠깐 들러 잔치국수를 먹은 중앙시장엘 왔다.
어디 짧게라도 소주라도 한잔 할 요량이었다.
잔치역 부근에 순대와 돼지머리를 파는 가게가 있는데
[소주+순대]가 오천 원이란다.
냉큼 앉아 달라했다.
근데 아주머니가 메뉴판을 지칭하며
"그거 10년 된 거야, 더 받아야 해요. 고치질 않은 거야."
꼭 삐친 우리 엄마 말투처럼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조금 웃으면서 그러시라고 했다.
금방 순대랑 머릿고기를 쑹덩쑹덩 잘라내더니
이처럼 한 접시를 내어주셨다.
소주잔은 따로 안 주시길래 위에 얹어있는 종이컵을 가져왔다.
머릿고기라 하나 살점도 많이 보이고 먹을만하겠다.
부족하면 더 주신다는데
이 정도면 소주 한 병 먹는 데는 모자르지 않겠다.
막상 혼자 앉아 먹을라니 심심하기도 하고 헛헛하기도 했다.
뭐 그렇다고 아주머니랑 이래저래 얘기라도 나눌 깜냥도 안 되기에 그저 술만 마셨다.
순대는 피순대였다.
간혹 못 먹는 친구들이 있기는 한데...
이것도 나름대로의 맛이 있어서 난 잘 먹는다.
소주를 컵에다 마시자니 잔으로 마시는 것보다 입 안에 더 들어왔다.
'어유 혼자 마시는 소주는 좀 쓰네...'
머릿고기는 꼬숩고 맛있다.
살코기도 있고 비계도 있어서 부드럽다.
곱창도 있었다.
이렇게 먹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고추절임이랑 먹으니 먹을 만했다.
고추절임은 그냥 짜기만 했다.
뽈살인 듯한 것도 있다.
살결이 부드러워 먹기가 좋았다.
사실 머릿고기는 다양한 맛이 나서 술안주로 먹기에 좋은 것 같다.
부들부들한 머릿고기에 짭짤한 새우젓을 얹어먹으니
돼지고기의 고소한 맛이 올라왔다.
피순대의 구수함도 소주 마시기에 좋았다.
뭐 할 말도 없고 할 일도 없고
그냥 소주랑 안주랑 번갈아 먹기만 했다.
그러자니 약간의 조절이 필요했다.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 되니깐
소주가 부족하다 싶으면 고기를 먹고
고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소주를 더 마셨다.
이 부분은 반대편은 좀 말랐는데
쫀디기처럼 쫀득해져서 뭐 먹기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마르지 않은 부분은 또 부드러워서
서로 뒤섞이니 씹는 맛이 좋았다.
간혹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으나...
뭐 오래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대낮에 아저씨가 술 마시는 건 시장에서 으레 있는 일일 테니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대충 먹고 먼저 계산을 하려 얼마냐고 물으니 팔천 원이란다.
알겠다고 만 원짜리를 드리니 이천 원을 거슬러 주셨다.
지갑에 넣고 남은 소주와 안주를 먹고 있는데
별안간 천 원을 더 내어주셨다.
"아유 고기도 많이 안 줬는데 천 원 더 줄게."
나는 웃으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대전에 오면 또 올게요~"
남은 소주와 고기안주도 다 마셨다.
아내의 이름에 '린'자가 들어가는데
이제 '린'이 있는 집으로 가야겠다.
소주와 고기안주를 다 먹는 데 30분이 안 걸렸다.
생각보다 빨리 마셨는데
혼자 마셔서 그런가부다 했다.
시간이 약간 여유가 있어 시장구경 삼아 조금 돌아가는데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두둥실 매달린 우산을 하나 잡으면
두둥실 내 몸이 하늘로 올라갈 것만 같았다.
두둥실 그대로 집으로 떨어졌으면......
고작 소주 한 병을 마셨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