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오랫동안 모작과 뭉뚱그리기로 피해다니다가, 더 이상 이대로 인생을 낭비할 순 없단 생각이 들어 오규원 선생님의 "현대시작법"을 주문했다.
일단 1장에서 시에 관한 바른 인식은 있다고 최소한의 점검은 받은 것 같은데... 딱 거기까지고, 그 뒤 모든 과정에서 '뭔가 아닌데' 싶고 마는즉,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몇 페이지 읽다보니, 글쓰기에서 예전 일에서와 같은 실수를 하고 있었음을 금방 깨달았다. 감에 의존하다가 (그것이 내 강점을 살리는 길이라 여겼으므로) 지루하고 당연한 기교를 익히는 일엔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는데, 그것이 후에 진일보 후 필연적 이보 후퇴를 낳아, 커리어 내도록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었다.
그러므로 당분간 무채색이라도 그러한 습작들을 브런치 안에서 해보기로 한다. 한 가지를 연습하기 위한 습작들을 마지막으로 한 것이 언제였던지 나는 도대체 아득하니만큼. 그러고 보면 나는 공부가 부족한 것치곤 스스로와 다른 사람들 글에 꽤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다. 우스운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2022년에는 아마도 조금 다른 인생을 살게 될 것 같으니, 무채색 글이라도 가끔은 재미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처음 마주친 과제가 감흥과 관찰의 구분인데, 이 과제는 나를 알고 주어진 것만 같다. 예전 일에서, 나는 구조적 유사성을 알아채는 덴 능했으나, 그 기저의 기작들을 가공하는 데엔 늘 애를 먹었다. 시작에 빗대어보면, 전자는 감흥이고 후자는 관찰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기껏 알아낸 기작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전달하는 일에 게을렀는데, 마침 오규원 선생님께서 주문하시는 적절한 묘사가 이에 상응한다고 나는 느낀다.
솔직한 말론 나의 현주소에서 대체 어떤 과제가 나에게 예비되지 않았겠냐마는...
겁이 덜컥 나기도 한다. 이전에, 그리스 고전 철학에서도 이와 같은 식으로 나는 금새 즐거워졌었다. 그러나 끝내 철학과는 머리 나쁜 내가 친해질 수 없었으니, 어쩌면 이와 같은 연습 선언도 하나의 설레발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근근이 붙들어 온 마지막 취미가 시작인만큼, 이 과제들은 하는 데까지 해보려 한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끝이 있기나 할런지도), 영영 발밑이 불안한 채로 두려움에 떨며 글을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런 연유로, 단순 습작들을 브런치에 당분간 써 보기로 합니다. 데이터 낭비하는 것 같아서 브런치 팀엔 죄송합니다만, 어쩌겠어요 이런 반푼이를 받아준 그것이 당신들 업인 것을. 모쪼록 발전 없는 글쪼가리들 매일 같이 송신하던 것보단 낫다고 여겨주시길.
마치며: 오호라,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글은 이렇게 길게도 쓸 수가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