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d swing reunion @ Town Hall
생각이 너무 많아서 말로 글로 옮기면 하루 종일 떠들 것만 같은, 그러나 말도 글도 얻지 못하는 나날의
무채색은 강렬하다.
머릿속이 오그라드는 것 같던 기다림의 날들이 가고, 시간축이 응집된 나날들이다. 머릿속을 보다 다방면으로 떠들어가는 주체는, 하필 요즘 머리가 잘 돌아간다. 어디에 있었을까 - 앓기만 하던 심장이, 헐떡거리면서도 멈추질 않는다.
내 나이가 궁둥이에 채찍질을 한다. 두꺼워져 늘어지는 가죽은 이제 아프지 않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생각은 어디에서 멈추는지, 혹시 거대한 수들은 알고 있을지 - 뉴욕, 몬테 카를로, 브라운 운동,
떠듬떠듬 물으며 뉴욕 타운홀에 들어서면 오늘은 94년의 무드스윙 멤버들이 있었다. 저마다 악기들을 닮았다. 레드만의 목소리는 제 색소폰을, 멜다우는 머리가 하얗게 세어 피아노 속으로 사라질 것 같고, 맥브라이드는 본인 배통으로도 베이스를 퉁기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웃는 드럼, 블레이드.
Chill / Father / Undertoe / Mohawk / Floppy Diss / Your parts to play / Silly little love song
맞겠지? 저리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레드만은 베조스와 머스크를 뜬금 없이 디스했다. 그는 물렸는지도 모른다.
레드만 - 초록색, 흰색, 파란색의 아크릴 물감
멜다우 - 갈색, 주홍, 검은색의 타페스트리
맥브라이드 - 황금색 고동, 그리고 밤 껍질의 오브제
블레이드 - 보라색 안개, 겹겹이 내려앉는 알루미늄 호일
그래서 온통 수채화 물감이 뒤섞인 물통을, 혹은 흐리고 좀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날의 허드슨 강물을, 튀는 자리마다 탕탕 두드리는 것 같은 음표들은 1시간 짧다면 짧은 공연 시간 동안 갈피 없는 생각들을 헤집어주었다.
머리가 아프고, 개운하다. 탁류 속에서 병렬로 인생은 일어난다. 그렇게 성마르게 말해도 되는지, 혹은 본디 그런 것인지, 혹은 다들 그러고 마는지.
94년 이후 저 멤버로 첫 투어를 떠난다는데, 다음은 언제일지 계산이 안 된다는 레드만의 말을 들으며, 30년 동안이나 붙들고 있던 부표에서 나도 잠시 손을 떼어 보았다.
타운 홀에는 놀랍게도 공연 전에 주전부리를 팔며 다니는 아저씨가 있었다. 오늘의 청중은 소박하고, 정겨웠다. 봄 치곤 꽤나 추웠던 오늘, 숨 막히게 더웠던 공연장에서 나는 많은 음표들을 만났다.
들었던 소리들이 어디 가지도 않고 텁텁하게 입 안을 퉁기고 있다. 사실 공연 전에 마셔뒀던 커피 찌꺼기들이 미뢰를 퉁기는 중일 텐데,
돌아가는 기차는 몇 번이나 더 타게 될까. 아무튼 떠내려가고만 있다. 해초를 배때지에 묶어가며 나는 기다린다. 곧 어딘가에 닿은 채로 잘 수 있었으면. 그 값으로 나는 아크릴, 수채, 알루미늄 호일 같은 정겹고 소박한 꿈을 꾸어올 것이다. 그러면 추운 밤, 식은땀 정도는 흘리며 깨어나주자.
그 공연을 보고 와서 이리 방만하게 글을 쓰다니, 나도 사람이 덜 여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