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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Sep 12. 2022

암트랙에서

보스턴에서 하룻밤, 추석을 쇠고 뉴저지로 돌아간다. 나는 오랜 친구들을 만났다.


보스턴, 깍쟁이들의 도시에선 코너를 돌면 명동성당이 나올 것 같다. 분당과 캘리포니아의 온갖 변두리에서 나고 자란 나에겐 (뉴욕 만큼은 아니겠지만) 여전히 빌딩이 많은 도시다.


나는 뉴저지에서 꿀송편을 사 왔고, 느슨하고 난잡한 일상에서는 두통을 안고 왔다.


우리 셋은 바비큐, 샐러리, 꿀송편, 위스키를 먹으며 밤새 얘기를 나눴다. 가정과 학계, 그리고 인더스트리와 인생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의외로 옛날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았다.


하나를 해 뜨기 전에 둘이 전송하, 마저 다. 해 뜨고 일어나서 둘은 순대국으로 해장을 했다. 돌아오는 길엔 뚜레쥬르에서 커피를 마시고, 남은 20분 동안 우주의 바운더리와 퀀텀 그래비티에서의 베리 페이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제 뉴저지로 돌아가는 길이다. 2주 뒤에 모험을 떠나자는 우리들의 작당을 떠올리며 빙긋이 웃는다. 마음 속에서 보스턴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기차가 흔들리고, 타지생활 십수년 만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추석을 쇠었 여운이 마음 속 이리저리 번진. 간만에 대뇌피질 여기저기를 간질인 상쾌한 느낌, 두통은 이제 다. 나는 친정을 다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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