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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안으로

국밥집에서 말 줄이기 실험

by 행북

내가 가장 원하는 덕목 중 하나는 겸손이다.

살아갈수록,

세상엔 정답이 없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말이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오늘은 말을 한번 제대로 줄여보자”

하고 다짐하며 출근했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도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 수 있고,

남의 이야기를 해도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오늘은

양쪽 귀를 활짝 열고,

최대한 들어보자고 마음먹었다.



점심시간이 됐다.

나 자신을 시험해 볼 시간.


동료 넷이 함께 국밥집에 갔다.

식사 내내,

나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 경청했다.

머릿속엔

‘칭찬’ 아니면 ‘존중’만 떠올렸다.


예전엔 남이 이야기할 때

‘이 얘기 끝나면 내 차례다’ 하는 마음이 먼저였는데,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온전히 들었다.


말을 줄이니,

정말 잘 들렸다.


음식에도 집중할 수 있었다.

밥맛이 더 좋았다.

말없이 먹는 한 끼가

이렇게 충만한 시간이 될 줄이야.


말하는 틈마다

뭔가 반응해야 할 것 같아서

늘 에너지가 빠졌는데,


이젠 고개만 끄덕이고, 눈만 마주쳐도 충분했다.

상대는 오히려 더 편안해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조용한 내 주변 사람들인

말 없는 동료들, 남편이 떠올랐다.


늘 그들을 보며

‘왜 저렇게 말이 없지?’ 싶었는데,

지금은 알 것 같다.


그 침묵엔 여유가 있고,

지혜가 있고,

존중이 있었다.


가만히 듣는다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마음이 편안하고,

내가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점심시간의 짧은 연습이었지만,

나는 잠시나마

조금 더 괜찮은 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말을 줄이면 후회할 일이 줄어든다.”

-노자


나이가 들수록

점점 말을 줄이고 싶어졌다.


말은 때때로 무기가 된다.

의도치 않게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마디 한 마디를 더 신중하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순간엔, 침묵을 하고 싶다.


함께 밥을 먹었던 동료는

수다스럽고 웃음 많던 내가

조용히 미소만 머금고 있으니

혹시 무슨 일 있나, 불편한가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괜찮다.


나는 지금

태도를 조금씩 바꿔가며,

내 삶을 연습해 보는 중이니까.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기에.


“듣기는 지혜의 시작이요,

말은 후회의 씨앗이다.”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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