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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자의 퇴근길 모험

by 행북

나는 초보 운전자다.

운전한 지 1년도 채 안 됐으니, 초보가 맞다.


퇴근 시간이 되었을 때,

후배를 집 근처까지 태워다 주고 싶었다.


후배 말로는 버스를 20분 기다려서 타면

집까지 35분쯤 걸린다고 했다.

편도로 따지면 1시간 거리다.


운전 연습도 해보고 싶었고,

이참에 잘됐다 싶어서

퇴근 10분 전 메신저를 했다.


“집으로 바로 가?”


“네!”


혹시 자유를 빼앗는 건 아닐까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자주도 아니고, 한 번쯤은 괜찮겠지.’


우선, 즉흥적으로 출발해 본다.


가는 길

하루의 일과를 말하며

둘은 쉬지 않고 입을 움직였다.


집 근처가 다다랐을 때

골목길까지는 못 들어가고

도로 귀퉁이에 깜빡이를 넣고, 후배에게 인사했다.


“잘 가.”


“내일 봬요.”


우와…

이런 거, 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누군가를 데려다줄 수 있다니.

괜히 뿌듯하고,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는 신나게 집으로 돌아왔다.


1시간 동안

초행길 운전도 해보고,

후배도 데려다준 셈이 되었다.


“새로운 길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 길에서 인생의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앤드류 매튜스


가끔, 매번 가던 방향의 퇴근길이 아닌

새로운 길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가는 길에선

지하차도를 지나는

나름의 모험을 했다.


내비게이션 화살표를 잘 봐야

지하차도로 빠질 수 있다.

차선이 갑자기 바뀔 수도 있어서

긴장하며 운전했다.


식은땀을 흘린 만큼

헤맨 땅은 내 땅이 되었다.


자주 태워다 주면

후배에게도 부담이 될 테니,

오늘 하루의 새로운 도전 하나로

충분히 만족해야겠다.


가끔 돌아가고, 멈추고, 헤매는 길은

나에게 활력소다.


일상 속 조그마한 모험은,

그 자체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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