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표현
엄마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신다.
나는 주말이면, 가끔 드라이브 겸 가게를 찾는다.
오랜만에 들렀더니
벽에 큼지막하게 적힌 문구가 눈에 띄었다.
사인펜으로 작게 적어놓았다.
‘자랑 금지’
웃음이 났다.
손님들이 자랑을 하고 갔을 때
엄마의 기분이 상상이 갔다.
나는 물었다.
“엄마, 자랑하는 거 안 좋아해?”
“자랑만 늘어놓는 사람, 별로야. 겸손해야지.”
그 말에 나는 되물었다.
“나는 누가 자랑하면 좋은데.
그 사람 기분이 좋아 보이잖아.”
엄마가 말했다.
“그럼 먹을 거라도 하나 주고 자랑하든가!”
또 웃음이 났다.
귀엽다, 우리 엄마.
같은 뱃속에서 나왔는데도
생각은 이렇게 다르다.
나는 자랑하는 사람이 좋다.
물론, 너무 과하지 않다면.
“나 이거 샀어!”
“우와, 진짜 예쁘다! 어디서 샀어?”
그 짧은 대화 속에서
상대의 기쁨이 나에게 전해진다.
기쁨이 오고 가는 순간.
그건 좋은 에너지다.
그리고 그 속에는 늘
작은 정보나, 새로움도 숨어 있다.
“나 이번에 이것도 하고, 저기도 갔잖아!”
“어? 그거 어떻게 배우는 거야? 그곳은 어디야? 나도 해볼래!”
누군가의 자랑은
내가 몰랐던 세상을 보여준다.
자극이 되고, 동기가 된다.
내가 가만히 멈춰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도 준다.
그런데 엄마는,
자랑보다 겸손이 좋다고 한다.
엄마는 그런 사람이다.
티 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고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
엄마 같은 사람이
겸손한 사람을 좋아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장자가 이런 말을 했다.
“속이 빈 사람일수록 소리가 크다.”
겸손한 사람은 시끄럽지 않다.
그러나 깊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한다.
“진정한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가치 있음을 아는 것이다.”
-조지 워싱턴 카버
자랑도 좋고, 겸손도 좋다.
중요한 건 균형이다.
겸손 속에 자신감이 있고,
자랑 속에 따뜻함이 있다면,
그건 분명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이 된다.
적당한 표현, 적당한 겸손.
그 둘의 균형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