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막내딸(11)

마음의 고통

by 옥이

어머니가 항상 하시 던 말씀 중에서 마음이 아픈 것보다 차라리 몸이 아픈 게 더 났다고 하신 말씀이 있었다. 또 자식이 아픈 것보다 내가 아픈 게 더 낫다고도 하셨다. 부모님들은 다 그러신다.


어머니가 일 하시는 곳으로 찾아갔을 때 어머니 깜짝 놀라셨다. 온다는 기별도 없었고 주말도 아닌 평일에 나를 보니 반가움보다는 무슨 일이 있어서 온 것인지 금세 알아차리셨다. 어디가 아파서 온 거냐고 물으셨다. 나는 쉽게 대답을 못했다. 지금의 암처럼 무서운 존재가 그때는 결핵이었다. 또 그 병으로 큰언니를 잃었다. 그런데 내가 그 병으로 아파서 왔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걱정 어린 얼굴을 보고 나니 말대신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런 딸을 보고 어머니는 다독거렸다. 언젠가 한 번은 그러지 않을까 늘 걱정을 하셨다고 했다. 막내딸로 태어나 몸이 약해서 어디를 가 있어도 늘 걱정이었다고 속마음을 처음으로 내보이셨다.

오빠네 가서 밥 잘 먹고 쉬면 낳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으라고 당부를 하고 또 하셨다.


먹고살기도 어려운 시기에 내가 아파서 내려와서 제일 불편한 사람은 올케언니었다. 다른 병도 아니고 전염병이니 어린 조카들 때문에 나 역시 오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곳으로는 갈 때가 없었다. 그렇게 외로운 싸움이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니 잘 때도 나는 혼자였다. 같이 있어도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가족들은 내가 있는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같은 상에서 밥도 못 먹고 따로 차려 줘서 먹었다.

모든 병이 잘 먹고 몸을 보호해야 하지만 특히 내가 앓고 있는 병은 더 잘 먹고 쉬어야 했다.

그런데 잘 먹을 수가 없었다. 색다른 반찬은 내 상에는 올라와 있지 않았다. 아침에 먹은 반찬 점심과 저녁에도 똑 같이 올라오고 그 이튼 날도 매일 같이 올라왔다. 내가 먹는 반찬은 그대로 덮어 놓았다가 밥만 퍼서 주는 것이었다. 밥 상다리에는 먼지가 그대로 있었고 그걸 보고 나니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런 것이 위생에 얼마나 나쁜 지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말할 수가 없었다. 밥도 양이 안 찼다. 그래도 주는 데로 그냥 먹었다. 입맛도 밥맛도 없어서 먹을 수가 없고 입에서 구역질이 날 때도 있었다. 먹기 싫은 것을 먹으니 그렇게 되었다. 구박과 온갖 잔소리를 해도 그냥 다 참았다. 그리고 하루빨리 낳아서 나갈 생각만 했다. 그런데 그렇게 먹어서는 몸이 좋아지지 않았다. 날마다 독한 약을 먹으니 속이 쓰리고 또 아팠다. 한 방에서 잠을 잘 때도 아랫목에는 따뜻하지만 위쪽에는 덜 따뜻하고 춥고 웃풍도 심했다. 어찌 보면 남의 집살이보다도 더 못한 상황이 되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오셨다. 오빠네 맡겨 놓고 걱정이 되어서 잠시 들리셨다. 어머니와 같이 겸상을 해서 밥을 먹게 되었는데 김치 고추장아찌 혼자 먹을 때랑 별 차이가 없었다. 어머니가 그런 것을 보시고 나니 속이 상하셔서 제대로 진지를 못 드시는 것이었다. 딸이 얼마나 눈치 밥을 먹고 있는지 말을 안 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아무 말씀 하시지 말라고 했다. 오래 있지 않을 것이니 그냥 참으시라고 했다. 어머니는 가실 때 반찬값을 올케언니한테 주시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올케언니 역시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린 조카들이 있으니 매 끼니때마다 특별히 관리하고 소독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6개월을 지냈다. 병을 치료하는 초기에는 약을 먹는 기간이 모든 것이 불편하고 낳아질 것 같이 않았던 것들이 조금씩 좋아지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구박도 익숙해지니 그런대로 살아졌다. 안 낳아질 것 같은 병도 조금씩 차도가 있었다. 더 쉬어야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하루빨리 나가기를 바랐고 또 더 있으면 그만큼 눈칫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빨리 나가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으로 결정을 하고 나니 조금도 더 있을 수가 없었다.


같이 있는 것이 불편한 것만 생각을 했지 병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했다. 그것이 잘 못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는 또 늦은 뒤었다.


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 때문에 한 언니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결혼까지 했다고 했다. 올케언니가 중신하는 혼인을 한 것이다. 언니가 생각하기에 올케언니가 중신하는 데로 가면 아픈 동생한테 잘해줄 것 같아서 그리 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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