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언니의 소개로 여의도 가정집으로 들어갔다. 이상한 것은 한번 이쪽으로 가게 되니 계속 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또 어머니가 공장에 다니는 것을 싫어하셨다. 그곳에는 남자 사원들도 많고 행여 딸이 남자를 잘 못 만날까 봐 걱정이 되어서 그러셨다. 그리고 보니 우리들은 하나같이 중매로 결혼을 했다. 막내인 나까지도 언니 오빠들은 그 시대에 대부분 중매로 결혼을 했지만 나는 굳이 안 그래도 됐는데 회사가 아니다 보니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좋은 점이 있다면 숙식 제공과 내 방에서 혼자 자고 일어나고 밤 시간과 할 일을 다 하고 나면 그때는 나만의 자유시간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족이 많았다. 아저씨 아주머니 아들 셋과 나까지 여섯 식구였다. 아파트라 좋기는 했지만 집이 너무 컸다. 현관에서 왼쪽부터 방 거실 방 침대방이 있었고 오른쪽으로 방 화장실 식탁공간 방이 있고 주방에는 내가 사용할 작은 방과 베란다가 있었다. 주방에서 하는 일은 거의 다 같다고 생각을 했었다. 밥하고 빨래하고 반찬 만들고 청소하고 처음에는 아주머니가 가르쳐 주는 데로 했다. 집구석구석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 주지만 나름대로 내 손에 익숙해지고 사용하기 편하게 하려면 다시 정리를 다 해야만 했다.
거기는 서울 중심지인 여의도였다. 그래서인지 요리하는 것도 달랐다. 하루는 콩나물을 주면서 다듬으라고 해서 나는 콩나물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걸 어떻게 다듬는지 몰라서였다. 무얼 어떻게 다듬으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콩나물 콩껍질만 떼어 냈다. 그리고 한참만에 아주머니가 방에서 나오면서 다 다듬었냐고 하기에 그릇을 보이고 아직 남았다고 하니 아주머니는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다듬은 거냐고 콩나물 안 다듬어 봤냐고 하면서 소리를 치셨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러면서 콩나물 뿌리와 머리를 다 데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콩나물 다듬는 것을 처음 보았다. 우리들은 머리 뿌리 할 것 없이 다 먹었는데 이때 알았다. 콩나물도 요리하는 것에 따라서 다듬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찜을 할 때는 그렇게 머리 뿌리를 다 떼어내고 국에는 너무 길으니 뿌리만 떼어내고 콩나물의 영양가는 다 버리고 먹는 것이었다.
또 하루는 한 번도 사용을 안 해본 압력솥에 무얼 삶으라고 해서 뚜껑을 맞추어서 닫고 추를 세우고 일러 주는 데로 삶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뭘 빠뜨리고 안 넣었다고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스 불을 끄고 뚜껑을 열려고 하니 잘 열리지 않았다 압력솥에 압이 차서 열면 안 되는 것을 모르고 억지로 열려고 했다. 이게 왜 안 열리지 하면서 한참을 붙잡고 시름을 하니 어떻게 열렸는데 깜짝 놀라서 뒤로 넘어졌다. 열리자마자 뚜껑은 펑 튀어서 날아가고 내용물은 주방 사방에 튀고 한 순간에 주방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다행히 덴 곳은 없었는데 놀라서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데지 않았던 것이다. 혼자 주방 정리를 하면서 큰일 날 뻔했다고 얼굴이라도 데었으면 어쩔 뻔했나 생각하니 아찔해졌다. 저 조그마한 압력솥이 무서운 솥이구나!라고 생각 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아저씨 아침을 드려야 해서 새벽에 일어나야 했다. 아저씨가 드시고 출근하면 아이들 깨워서 밥 먹여 옷 챙겨 주고 둘 학교 보내고 막내는 유치원 보내고 그러고 나서 아주머니와 내가 아침을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나면 점심시간이고 또 아주머니 챙겨드리고 치우고 나면 화장실 청소하고 그리고 나면 오전 시간이 훨씬 지나고 막내가 유치원에서 오면 봐주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는 것이었다. 아이들 오면 간식 주고 학원 보내고 저녁준비하고 먹고 치우고 아저씨 오시면 또 챙겨드리고 치우고 낼 아침에 할 반찬도 미리 준비해 놓고 그러면 밤 열 시가 넘는 것은 보통이었다. 제일 일찍 일어나서 늦게 자는 게 내 일이었다. 내가 좋을 때는 아저씨가 저녁을 드시고 오는 일이었고 아주머니가 외출을 하는 것이었다. 이럴 때는 일을 잔뜩 시키고 가서 속으로 나는 콩지라고 생각하며 일을 했다. 그래도 빨리 해놓고 쉴 생각에 기분이 좋아서 더 빨리하게 되었다. 내 나이 열일곱 한창 놀고 학교 다닐 나이었다. 자유시간에는 책도 읽고 아이들의 초등학교 공부였지만 내가 배우지 않았던 한문공부가 있어서 한문을 읽고 쓰는 복습을 했다. 큰 애가 학원에서 배우고 있는 것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었는데 작은애가 보고 큰애한테 말을 해서 못 하게 되어서 나중에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 있을 때만 하게 되었다.
배우는 것도 다 때가 있다고 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특히 공부는 더 그런 것 같았다. 그때에 못하게 되니 한 번 놓치고 난 공부는 다시 배우기가 쉽지 않았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늘 공부가 하고 싶었다. 그때는 기억력이 좋아서 열 개를 배우면 다 기억을 했지만 지금은 열 개를 배우고 나면 다섯 개 이상은 잊어버리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